중국 시진핑 2기 지도부 상무위원단이 10월31일 상하이의 제1차 당대회 유적지를 방문해 시 주석의 선창으로 입당 선서를 외우고 있다. 베이징/신화통신
지난주 출범한 시진핑 2기 지도부 전원이 중국공산당이 탄생한 ‘성지’ 방문에 나서 그 의미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시진핑 국가주석과 리커창 총리, 그리고 5명의 신임 정치국 상무위원들은 지난 31일 상하이의 중국공산당 제1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 유적지와 저장성 자싱 난후(남호)를 방문했다. 유적지는 1921년 7월23일 상하이의 프랑스 조계지에서 마오쩌둥 등 13명의 대표들이 참가한 제1차 당대회가 열린 곳이며, 난후는 상하이 회의가 도중에 발각돼 중단되자 대표들이 이동해 비밀리에 선상 회의를 연 곳이다.
상무위원단 전원이 한꺼번에 특정 장소를 방문한 것은 이례적인 일로, 지난주 폐막한 당대회 이후 시 주석의 첫 외부 일정이기도 하다. 당 기관지 <인민일보>가 1면에 관련 소식을 전했고 관영 <중국중앙텔레비전>(CCTV)은 시 주석의 선창에 따라 지도부 7명이 모두 당기 앞에 서서 주먹을 들고 입당 선서를 하는 장면을 반복적으로 내보냈다.
이번 행사는 중국공산당이 시 주석 2기 출범을 전후해 ‘초심을 잊지 말자’는 메시지를 강조하는 것과 맞물린 것으로 보인다. 시 주석은 난후의 혁명기념관 참관 뒤 연설에서 이번 방문 목적에 대해 “우리 당의 빛나는 역사를 돌아보면서 혁명 전통을 교육하고 혁명 선배들의 숭고한 정신을 학습해, 중대한 책임을 명확히 짊어지고 19차 당대회가 제시한 목표와 임무를 실현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5년 전 시 주석의 집권 1기 첫 지방 방문 일정이 광둥성 선전을 찾아가 덩샤오핑 동상에 헌화하는 등 개혁·개방과 시장을 중시하겠다는 메시지에 집중된 것에 견주면, 2기 첫 외부 일정의 풍경은 대조적이란 평가가 나온다. 당시 시 주석은 다른 상무위원들과 함께 베이징 국가박물관에서 열린 ‘부흥의 길’ 전시회에 참석해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과 중국몽을 선언하기도 했다. ‘당의 뿌리’를 강조하는 이번 행보는 경제 발전으로 발생한 사회 모순을 당의 집권 강화를 통해 해결하겠다는 시 주석의 2기 집권 구상을 반영하는 것으로 보인다. 천다오인 상하이정법학원 교수는 언론 인터뷰에서 “앞으로 지도부는 당의 재건에 초점을 둘 것이라는 강한 신호”라고 말했다.
시 주석의 상하이 방문이 장쩌민 전 주석을 중심으로 한 상하이방의 정치적 몰락을 상징하는 행사였다는 해석도 있다. 상하이방 계파 색채도 옅은데다 사실상 마지막 주자로 꼽히는 한정 상무위원을 지도부에 끌어올리고 자신의 측근인 리창 전 장쑤성 서기를 상하이시 서기로 심은 시 주석이 자신을 중심으로 한 지도부 전체의 상하이 방문으로 쐐기를 박았다는 것이다.
베이징/김외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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