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가운데)과 정치국 상무위원들이 31일 상하이의 중국공산당창건기념관을 방문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이 곳은 1921년 공산당 전국대표대회가 처음 열렸던 곳이다. 상하이/신화 연합뉴스
한-중 두 나라 정부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를 둘러싼 갈등을 해소하기로 합의한 데는 지난주 출범한 시진핑 2기 지도부의 신중한 외교·전략·경제적 고려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관영 <중국중앙텔레비전>(CCTV) 등 중국 언론은 31일 오전 외교부 누리집에 ‘중-한 쌍방은 중-한 관계에 대해 소통을 진행했다’는 내용의 자료가 올라오자 일제히 주요 소식으로 다뤘다. 자료에는 “정상적인 발전 궤도로 돌아오도록 추진한다”는 대목이 있었다. 이날 오후 화춘잉 외교부 대변인은 이것이 “공동 이익에 부합한다”고 말했다.
상황 변화는 중국공산당 제19차 전국대표대회가 지난주 폐막하면서 시진핑 2기 지도부가 출범한 시점과 맞물린다. 시 주석은 이번에 새로 제시한 외교 청사진인 ‘신형 국제관계 건설’에 관해 기본적으로 평화·발전·협력·상생을 추구하지만, 자국 이익에 대해서는 한 치의 양보도 할 수 없다고 천명했다. 이런 가운데 ‘전략 이익 침해’라고 규정한 사드 문제에 대해 한국이 먼저 입장을 밝히는 형식을 취한 것을 중국으로서는 ‘외교적 성과’로 내세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실질적 측면에서는, 양국 관계의 표류를 계속 방치하면 한-미-일의 군사적 포위가 강화되는 역작용을 부를 가능성을 경계했다는 분석도 가능하다. 한-미-일이 북한의 위협을 명분으로 미사일방어(MD) 등 군사 협력 강화를 추구하면 중국으로서는 득보다 실이 커질 수 있다. 합의문에 사드뿐 아니라 미사일방어나 한-미-일 군사 협력과 관련해 “중국 정부의 입장과 우려를 천명”했다는 대목이 들어간 것은 이런 맥락으로 읽힌다. 중국으로서는 이미 배치된 사드를 어느 정도 묵인하는 대신 한-미-일이 중국을 겨냥할 수 있는 추가 조처에 나서지 못하도록 한 셈이다. 합의문은 중국이 “우려를 천명”했다는 정도의 수준이나,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30일 국회에 나와 한-미-일 군사 협력이 “3국 간의 군사동맹으로 발전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밝혔다.
한반도 문제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쇠퇴할 수 있다는 점도 관계 복원의 필요성을 던진 것으로 보인다. 합의문에 “모든 외교적 수단을 통해 북핵 문제 해결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양측은 이를 위해 전략적 소통과 협력을 더욱 강화”하기로 한 것은 선언적 의미와 함께, 중국이 남·북한 모두에 지속적으로 ‘간여’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표현으로 받아들여진다. 사드 문제를 두고 중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남·북한 모두 중국을 싫어하게 되는 것이 가장 걱정스럽다”고 얘기해왔다. 관영 <차이나 데일리>는 31일 사설에서 북-미의 긴장이 설전 수준을 넘어설 가능성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중국과 한국이 함께 노력해 합리적 분위기 형성을 시도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정부와 민간 교류 중단으로 중국 기업들도 피해를 입고, 상호 국민 감정이 나빠지는 상황도 부담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화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모두 보듯이 사드 문제로 중-한 국민 사이에 감정 또는 관계가 일정한 영향을 받았다”고 말했다.
베이징/김외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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