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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국

“시진핑 시대는 ‘홍색제국 2.0’ 시대”

등록 2017-10-29 18:25수정 2017-10-29 20:33

[장리판 전 중국사회과학원 연구원 인터뷰]
“태자당-비태자당 대립에서 시자쥔 전면 집권 시대로”
“전면 집권은 위험”, “지도자 실수가 당 전체 실수로”
“마오 시대는 ‘홍색제국 1.0’, 지금은 새 홍색제국시대”
독립 성향의 역사학자이자 정치평론가인 장리판(67) 전 중국사회과학원 연구원은 지난주 폐막한 중국공산당 19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에 이르기까지 시진핑 국가주석의 집권을 <삼국지>나 <초한지>, 그리고 천하가 통일되는 과정에 빗댔다. 태자당(공산혁명 원로의 자손들), 상하이방(상하이 기반 그룹),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의 3파전에서, 태자당과 비태자당의 양자 구도가 됐으나, 결국 시자쥔(시진핑 세력)이 모두를 평정해 승리했다는 뜻이다. 그는 27일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시자쥔의 단독 집권은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시 주석 집권 5년간 집단지도체제가 1인 체제로 바뀌는 과정을 짚어보자. 시 주석이 권력을 집중시킨 배경은?

“기업에 빗대면, 태자당을 포함한 ‘홍색 가족들’은 창업자 대주주 집단으로 볼 수 있다. 이들에게 상하이방이나 공청단은 전문경영인 같은 외부 인사다. 상하이방(장쩌민)과 공청단(후진타오)의 집권이 이어지면서, ‘홍색 가족들’은 자기네 사람이 정권을 대체하기를 바랐다. 배경을 물려받는 문벌귀족과 과거를 통해 진출하는 세력의 경쟁은 중국의 전통적 정치 구도이기도 하다.”

-시 주석의 집권은 태자당의 집권으로 봐야 하나?

“애초 시 주석의 아버지(시중쉰)가 개혁파였으니 그 또한 개혁파일 것이란 기대가 있었다. 18차 당대회(2012년) 때 그가 집권하면서 ‘홍색 가족’의 꿈은 이뤄졌다. 그러나 지금은 태자당도 실망스럽다는 정서가 퍼져있다. 3대 파벌을 모두 제치고 시자쥔이 전면적으로 집권했기 때문이다. 기존 계파들이 노화하면서 이뤄진 세대 교체이기도 하다. 상하이방은 18차 당대회 이후 사실상 후계자가 없어 5년 뒤 20기 지도부에는 아무도 남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공청단도 쇠락했고, 5년 뒤 다수가 ‘7상8하’(68살 은퇴)에 걸릴 것이다. 시자쥔이 모두를 통일해 접수하는 전면적 집권이고, 5년 뒤에는 시 주석이 바라는 후계 구도도 만들어질 것이다.”

-‘전면적 집권’은 안정적일 수도 있지 않나?

“위험하다. 특히 최고지도자(시진핑)의 이름이 당의 지도사상이 된다는 것은 누구도 그에 다다를 수 없는 존재가 된다는 것이다. 오류가 없다는 뜻이기도 한데, 이는 마오쩌둥 시대의 오류로 돌아갈 수도 있다. 지도자의 실수는 그 아래 지도부와 당 전체의 실수가 돼버린다.”

-‘이런 권력 구조가 필요하다’는 당 지도부의 합의가 있었을 가능성은?

“18기 최고지도부(상무위원회) 7명 가운데 5명이 퇴직한다. 퇴직하는 이들은 대부분 자신의 안위를 가장 우선시하는데, 이는 전적으로 현직 지도자에게 달려있다. 연임이 예정된 지도자가 강력한 권력을 쥐었으니,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을 것이다.”

-개인 숭배 경향이 출현하고 있다.

“마오쩌둥 시대에 겪은 익숙한 풍경이다. 중국공산당은 이후 문화대혁명을 반성하고 실질적으로 부정했다. 지도자들도 조심했다. 그러나 현재의 그(시 주석)는 한창 세계관이 형성되는 청소년기에 문혁을 경험하면서 정규 교육을 못 받는 등 혼란스러운 시기를 겪었다. 그 영향이 없지 않을 것이다.”

-현 집권 모델은 중국에 최선일까?

“인류 문명은 공통의 방향이 있어서, 중국도 문명의 고속도로에서 영원히 역행할 수는 없을 것이다. 다만 서구식 민주주의도 여러 문제가 발생했다. 중국공산당은 중국 모델을 전 세계에 수출하려고 한다.”

-외교 노선도 한층 적극적이란 평가가 나온다.

“중국공산당은 ‘홈그라운드 외교’라면서 여러 회의를 성공적으로 개최했다고 강조해왔다. 과거 군주 시대에 사방의 오랑캐가 황제를 알현하러 오는 것과 매우 닮았다. 다른 한편으론 ‘일대일로’가 동력이다. 1960년대 마오주의가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에 수출돼 혁명을 지원한 것이 ‘홍색 제국 1.0’이었다면, 그때는 없었던 경제력을 갖추고 정치권·기업·인프라·언론·자원 등을 사들이면서 세력을 확장하는 ‘홍색 제국 2.0’이 바로 일대일로다. 어떤 태자당이 아프리카 일부 나라들을 ‘우리 식민지’라고 부르는 것도 들었다. 중국 외교는 ‘홍색 제국’의 꿈을 둘러싸고 중국의 이익을 확장시키는 방식으로 전개될 것이다.”

-한국을 포함한 주변국은 중국의 부상에 대한 우려가 있다.

“이렇게 강한 이웃이 있다면 우려가 클 수밖에 없다. 모두 공존을 바랄 텐데, 그 공존은 어떤 형태일지 모른다. 대만 문제에서도 업적을 쌓으려는 생각이 큰 지도자가 목표를 실현하려 한다면 무력 통일의 충동이 강해질 것이다. 다만 그 시기는 중국의 발전 상황과 관련돼 있다.

베이징/글·사진 김외현 특파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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