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공개된 중국 새 지도부 가운데 왕후닝(62)은 가장 이례적인 존재다. 중국 지도부 진입의 주요 요건인 지방행정 경험이 전혀 없는 그는 최고지도자의 ‘책사’ 구실을 하는 중앙정책연구실 주임으로는 처음으로 정치국 상무위원에 발탁됐다.
그는 장쩌민·후진타오·시진핑 세 지도자의 통치 이념과 정책을 주도한 제갈량 같은 존재다. 1995년 장쩌민 주석 시절 공산당 중앙정책연구실 정치조장으로 발탁된 뒤 22년 동안 최고 지도자들의 정책을 보좌해왔다. 장쩌민의 지도사상인 3개대표론, 후진타오의 과학발전관, 시진핑의 중국몽, 일대일로, ‘새 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 사상’ 등이 모두 그의 참여와 주도 속에 나왔다. 정치학자 출신 이론가인 그가 최고 지도부에 발탁된 것은 시진핑 2기 지도부에서 사상·선전 관련 작업이 강화될 것을 예고한다는 해석이 있다. 그는 중국공산당의 최고 싱크탱크인 중앙서기처의 제1서기를 맡았다.
상하이에서 태어난 왕후닝은 문화대혁명이 끝난 뒤 23살에 푸단대 국제관계 전공 석사과정에 입학했고, 29살에 이 학교 최연소 부교수로 임명될 정도로 일찍 두각을 나타냈다. 푸단대 법학원장 등을 역임했고, 1988~89년 미국에 방문학자로 체류한 적이 있다.
1980년대에 그가 제출한 개혁방안을 자오쯔양 당시 총서기가 모두 채택하면서 ‘자오쯔양의 정치사전’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이 시기부터 왕후닝은 중국에 정치체제 개혁이 필요하지만, 당중앙이 주도하는 ‘위로부터의 개혁’이어야 한다는 신념을 강조했다.
그의 후임 중앙정책연구실 주임에는 시 주석의 고등학교 동창으로 ‘경제 책사’라는 평가를 받아온 류허 중앙재경영도소조 판공실 주임이 오를 것으로 보인다. 하버드대 케네디스쿨에서 공부한 경제학자인 류허는 시진핑 1기 경제정책 초안 작성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베이징/김외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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