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5년간 중국을 이끌 시진핑 2기 새 지도부가 25일 모습을 드러냈다. 관례를 깨고 후계자는 지명하지 않았다. 계파별로 인선을 안배하는 등 ‘시진핑 1인 체제’에 대한 반발을 최소화하려는 고심도 엿보였다.
이날 오전 중국공산당 19기 중앙위원회 1차 전체회의(19기 1중전회)에서 차기 지도부 등이 결정된 뒤, 시진핑 국가주석은 베이징 인민대회당 둥다팅에 모인 국내외 취재진 앞에서 새 최고지도부인 중앙정치국 상무위원들을 소개했다. 권력 서열을 의미하는 입장 및 소개 순서는 시 주석과 리커창 총리에 이어 리잔수·왕양·왕후닝·자오러지·한정 차례였다.
시진핑 2기 지도부의 가장 큰 특징은 모두 60대로, 차기 지도자 후보가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덩샤오핑이 설계한 구도에 따라, 최고지도자가 5년 임기를 연임해 10년간 통치하고, 임명 시점 기준으로 68살 이상은 은퇴하는(7상8하) 관례에 따르면 60대는 차기 지도자가 될 자격이 없다. 임기 도중 68살을 넘기게 되기 때문이다. 이를 고려해 전임 장쩌민, 후진타오 주석 시기에는 재임 중에 50대 차세대 주자를 상무위원으로 임명해 후계 구도를 확정했다. 시진핑 지도부가 이 관례를 깨버린 셈이다.
후계 구도 유보의 배경은 시 주석의 장기 집권 포석이라는 해석과 후계 지정 시스템 개선이란 관측이 엇갈리고 있다. 우선, 후계를 정하지 않은 시 주석이 두번째 임기(2023년)를 넘어 장기간 권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그는 이번 당장 개정을 통해 ‘시진핑 새 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 사상’을 명기시키면서 형식상 마오쩌둥 반열의 강한 지도자로 부상한 상태다. 하지만 후계자가 강하면 집권자에게 부담이 되고, 약하면 경쟁 계파의 먹잇감이 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스템을 바꾸는 중이라는 반론도 있다. ‘보시라이 사건’을 후계 구도에 대한 도전으로 받아들인 시 주석은, 차기 후보군의 경쟁을 지속시켜 집권 후반에 후계자를 정하는 방식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차기 후보군에선 5년 전 정치국원에 진입한 후춘화(53) 광둥성 서기가 가장 유력한 주자로 꼽혀왔지만, 앞으로 경쟁이 계속되면 이번에 정치국원으로 승진한 천민얼(57) 충칭시 서기나 딩쉐샹(56) 중앙판공청 부주임이 더 유리한 고지를 점할 가능성도 높다. 후 서기는 전임 후진타오 전 주석, 리커창 총리 등과 같은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 출신이고, 천 서기와 딩 부주임은 대표적인 ‘시자쥔'(시진핑 측근 세력)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함께 시진핑 집권 2기를 이끌어갈 차기 정치국 상무위원 7명이 25일 19기 중앙위원회 1차 전체회의 뒤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기자회견장에 서열 순서대로 입장하고 있다. 왼쪽부터 시진핑 주석, 리커창 총리, 리잔수, 왕양, 왕후닝, 자오러지, 한정 상무위원. 베이징/신화 연합뉴스
새 지도부에 시자쥔(리잔수·자오러지)과 공청단(리커창·왕양) 그리고 장쩌민계(한정) 인물이 비교적 고루 포진한 점도 눈에 띈다. 특히 왕양이 서열 4위로 부상한 것은 집권 1기 동안 공청단 세력이 ‘개혁’의 철퇴를 맞으며 후퇴일로로 내몰린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시 주석으로의 권력 집중에 대한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파벌 간 균형을 도모한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상무위원보다 한 단계 아래인 정치국원 18명 가운데 15명이 교체된 가운데, 차이치 베이징시 서기, 천시 중앙조직부 부부장, 황쿤밍 중앙선전부 부부장 등 시 주석과 인연이 깊은 인물들이 대거 진입했다. 외교사령탑인 양제츠 외교담당 국무위원이 외교관 출신으로는 14년 만에 정치국원에 진입한 것을 두고 새 지도부가 외교 문제를 더욱 중시할 것이란 해석이 있다.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에는 쉬치량 부주석이 유임되고 장유샤 장비발전부장이 새로 포함돼 ‘2인 체제’를 유지했다.
베이징/김외현 특파원
oscar@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