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가운데)이 18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19차 중국공산당 당대회 개막식에서 후진타오 전 주석, 장쩌민 전 주석, 리커창 총리 등과 함께 서 있다. 베이징/신화 연합뉴스
시진핑 국가주석이 18일 중국공산당 제19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 개막 보고에서 선언한 ‘새 시대’의 내용에 전세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시 주석이 2050년까지 중국이 세계 최강대국이 되는 청사진을 제시한 것을 고려하면, 시 주석의 집권 2기에는 ‘강군몽’(강한 군대를 갖겠다는 꿈) 실현을 위해 군 현대화에 박차를 가하는 한편 강한 민족주의 정서에 의존하게 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전망한다.
중국 인민해방군은 30년 안에 미국과 맞설 수 있는 세계 일류 군대를 건설하라는 시 주석의 명령에 따라 대규모 인사 개편과 장비 현대화에 본격 착수한다고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가 19일 보도했다. 시 주석은 개막 보고에서 “인민해방군은 2020년까지 기계화와 정보화를 실현하고 2035년까지 국방 및 군대 현대화를 달성하며 2050년까지 세계 일류 군대를 건설해야 한다”는 3단계 시간표를 제시했다.
시 주석은 전투력 강화의 핵심은 기술력에 있으며, 인민해방군은 정보기술과 현대전 전략을 향상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고위급 장교 인사 개편과 민간-국방 분야 통합, 국경지대 수비 능력 강화도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인민해방군을 지휘·통제하는 중앙군사위원회도 대대적 개편이 이뤄질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는 소식통을 인용해 군사위 주석을 겸하는 시 주석이 중월(중국-베트남)전쟁 참전 경험이 있는 리쭤청 신임 참모장이나 장유샤 전 군사위 위원, 웨이펑허 전 로켓군 사령원 등 측근들을 요직에 진출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시 주석이 일류 군대를 만들겠다는 계획을 제시한 데는 커져가는 중국의 안보 불안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군사전문가 저우천밍은 “냉전이 끝나고 수십년 평화가 이어졌지만 이제 중국은 여러 안보 불안에 직면해 있다. 시 주석은 언제든 전쟁이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러나 중국군의 전투력은 아직 미국 같은 초강대국에 미치지 못한다”고 말했다.
시 주석이 제시한 ‘새 시대 중국특색 사회주의’ 청사진과 관련해 중국 정치전문가인 자오후지 전 중앙당교 교수는 19일 대한상의 베이징사무소 주최 강연에서 “세계 최대 강국을 이룩하겠다는 시 주석의 선언은 민족주의를 기본 동력으로 삼을 것”이라며 “전환기일수록 가치 규범 등이 불확실해지면서 강력한 정부가 민족주의 정서를 바탕으로 안정을 추구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강력한 정부’를 중국공산당 집권 모델의 장점으로 보는 자오 교수는 “오늘날 국제 질서는 강력한 정부들과 그런 정부들의 협력을 요구한다”며 시 주석의 비전을 옹호했다.
중국 내에선 시 주석의 연설에 대한 평가가 뚜렷이 갈린다. 장시셴 중앙당교 교수는 <중앙통신사>에 “19차 당대회 보고는 새 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의 이론 문헌으로, 중국 특색 정당정치와 중국 특색 사회주의 경로, 중국공산당의 지도를 인류 정치문명의 대범주에 넣은 것”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역사학자이자 정치평론가인 장리판은 ‘새 시대’가 ‘시진핑의 시대’를 강조하기 위한 것이라며 “이번 보고는 매우 평범했으며 실패했다. 중국공산당이 늘 말하는 정치 개념을 새로 조합하거나 다시 되풀이했다”고 말했다. 또 “큰 목표를 내놨지만 구체적 경로는 없다. 볼 수 있는 것은 당의 지도뿐”이라고 비판했다.
베이징/김외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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