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8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중국공산당 제19차 전국대표대회의 개막 연설 뒤 인사를 하고 있다. 베이징/EPA 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8일 중국공산당 제19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 개막식에서 한 3만2천자 68쪽 분량의 보고에는 개혁·개방 이후 중국공산당의 집권 기반이 약화되고 있다는 위기감과 이를 극복하고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실현하기 위한 청사진이 상세하게 담겨 있다.
이날 시 주석이 제시한 ‘새 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는 중국의 미래 30년을 내다보는 새로운 구호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가 70차례나 언급한 ‘중국 특색 사회주의’는 사회주의와 자본주의 요소를 결합한 기존의 개념이지만, 새로 덧붙여진 ‘새 시대’라는 표현은 중국공산당의 통제와 지도력을 강화하면서 기존과 다른 발전 모델을 제시하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시 주석은 “중국공산당의 지도가 없다면 민족 부흥의 꿈은 공상일 뿐”이라며 당이 모든 영역을 이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당의 지도력과 사회주의 실현을 약화·왜곡·부정하는 모든 시도에 결연히 반대한다”고도 경고했다.
당의 통제 강화에 대한 시 주석의 단호한 선언 뒤에는 중국 사회가 직면한 복잡한 문제들에 대한 지도부의 위기감이 어른거린다. 시 주석은 “불균형·불충분한 발전에서 두드러진 문제들이 아직 해결되지 못했다”며 빈곤, 취업, 교육, 거주 등 사회 문제들을 거론했다. 지난 30여년 개혁·개방의 성과인 초고속 성장에 드리운 그늘인 셈이다. 이러한 문제들은 중국공산당의 집권 기반을 약화시키고 있다. 시 주석은 이날 “우리나라는 노동계급이 영도하고 노농동맹을 기초로 하는 인민민주주의 독재를 실시하는 사회주의 국가”라고 말했지만, 앞서 17일 퉈전 당대회 대변인은 당원 중 노동자가 8.7%, 농민이 3.8%라고 말했다. 30년 전인 1987년만 해도 56.6%였던 노동자·농민 비중이 날로 감소하면서 ‘간부와 엘리트의 당’으로 변해온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시 주석이 그동안 추진해온 반부패운동 등 이른바 ‘종엄치당’(엄하게 당을 다스림)은 집권 정당성 강화를 위한 필수적인 과정이었다고 보는 전문가들이 많다. 시 주석 집권 이전까지 당 간부와 관료층의 부패는 심각한 수준으로 치닫고 있었고, 공산당 집권에 대한 회의론도 늘고 있었기 때문이다. 시 주석은 이날 당대회 보고에서도 “당을 전면적으로 엄하게 다스리는 것은 당의 영원한 과제”라며 반부패 정책과, 당원들의 사상 무장, 당·국가의 감독 강화 등을 계속 추진해나가겠다고 선언했다.
시 주석은 “모종의 정치제도를 유일한 정치제도로 간주해서도 안 되며, 외국의 정치제도를 그대로 옮겨놔서도 안 된다”며, 서구식 민주주의를 따르지 않을 것이며 중국 나름의 발전 모델을 존중하라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중국 특색 사회주의 노선과 이론, 제도 및 문화에 대해 모두 자신감을 가지라는 ‘4대 자신’과도 같은 맥락이다. 시진핑 ‘1인 천하’와 당의 통제 강화에 대한 외부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중국의 길을 가겠다는 자신감이 넘쳤다.
이날 시 주석의 연설은 대외관계에서도 사실상 미국을 겨냥하면서 한껏 팽창한 국력을 아낌없이 과시했다. “어떤 나라도 혼자 힘으로 인류가 직면한 도전에 대응할 수 없고, 어떤 나라도 자기봉쇄라는 무인도에서 살 수는 없다”는 대목에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보호주의에 대한 반대 입장이 분명하다. “중국이 자신의 이익에 손해를 주는 열매를 삼킬 거란 헛된 꿈은 버리라”는 대목에선,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한국 배치에 한·미에 반발해온 중국의 논리가 고스란히 반영돼 있다.
이제 관심은 ‘치국이정’(治國理政)으로 표현되는 시 주석의 방침이 이번 당대회에서 논의될 중국공산당의 당장(당헌) 수정안에 어떻게 반영될지에 모아진다. ‘치국이정’이 ‘시진핑 사상’이란 이름으로 당장에 들어간다면, 마오쩌둥 사상과 같은 반열에 오르게 되는 것으로 마오 이후 가장 강력한 지도자라는 시진핑의 위상이 확립되는 신호로 해석된다. 마오쩌둥의 30년, 덩샤오핑의 30년에 이은 ‘시진핑의 30년’이 중국의 새로운 길이 되느냐를 보여줄 1주일의 당대회에 세계의 눈길이 쏠리는 이유다.
베이징/김외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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