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도피해 중국 지도부의 부패 혐의를 주장하면서 망명을 신청한 중국의 부동산 재벌 궈원구이 정취안홀딩스 회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최측근이었던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를 만난 것으로 알려져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궈 회장은 10일 자신의 트위터에 배넌과 함께 촬영한 사진 4장을 올리면서, 지난 5일 워싱턴 내셔널프레스클럽 기자회견 뒤 자신의 방에서 배넌과 점심식사를 했고, 10일에는 뉴욕 자신의 집으로 찾아온 배넌 일행과 3시간 반 동안 저녁식사를 했다고 밝혔다. 궈 회장은 두 사람의 대화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배넌이 사진을 트위터에 공개하는데는 동의했다고 덧붙였다.
두 사람의 만남은 중국 당국은 인터폴 적색경보로 궈 회장을 붙잡으려고 시도하고 궈 회장은 지난달 미국에 망명을 신청한 가운데 이뤄져 눈길을 끈다. 특히 배넌은 지난달 베이징에서 왕치산 중앙기율검사위 서기를 만났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궈 회장이 제기하는 의혹의 핵심이 왕 서기 일가의 비리라는 점에서, 배넌이 왕 서기와 궈 회장을 잇따라 접촉하면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도 관심거리다. 중국은 다음주 개막하는 중국공산당 19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를 통해 차기 지도부를 꾸릴 예정으로, 왕 서기가 이같은 의혹과 ‘7상8하’(68살 은퇴) 불문율을 넘어서 유임할지는 당대회의 핵심 관전 포인트 가운데 하나다.
또 배넌이 지난달 아랍에미리트공화국도 방문해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왕세자를 만났다고 <뉴욕타임스>가 보도한 가운데, 지난 7월 중국 경제 전문 <차이신>이 궈 회장이 2013년 빈 자이드 왕세자의 도움을 받아 아랍에미리트공화국과 30억달러의 공동펀드를 만들었다고 보도한 것도 눈길을 끈다.
궈 회장은 6일 기자회견에서 중국 정부가 스파이 수십명을 미국에 보냈다고 주장하며 정부 문건을 증거로 제시했다. 중국 당국은 사법부와 관영매체 등을 통해 궈 회장의 비리 의혹을 제기하고 있으며, 중국 국유기업들의 소송도 이어지고 있다.
베이징/김외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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