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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국

‘은퇴 암시’한 왕치산, 잇따른 외교 행보로 눈길

등록 2017-09-24 16:56수정 2017-09-24 21:12

지난주 트럼프 측근 배넌과 비밀 회동
경제 분야 영향 있는 원로 될 가능성도
‘개인숭배 금지’ 외치는 자유파 원로들과 대조적
지난 18일 왕치산 당 중앙기율검사위 서기의 용퇴를 전망한 홍콩 <명보>.
지난 18일 왕치산 당 중앙기율검사위 서기의 용퇴를 전망한 홍콩 <명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반부패 드라이브를 주도하며 사실상 권력서열 2위로 일컬어져온 왕치산 중국공산당 중앙기율검사위 서기가 다음달 시작되는 19차 당대회에서 은퇴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최근 활발한 대외활동에 나서면서 관심을 끌고 있다.

왕 서기는 지난주 베이징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측근인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를 비밀리에 만나 경제민족주의 등을 토론했다고 <파이낸셜 타임스>가 22일 보도했다. 회동은 왕 서기 쪽이 먼저 접촉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왕 서기는 앞서 20일에는 중국을 방문한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도 만났다. 리 총리 쪽에서 요청한 이 만남에서 왕 서기는 “요즘 같은 때 나를 찾는다고 해서 뜻밖이었지만 매우 기뻤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신의 퇴임설이 제기되는 상황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보이기도 한다.

지도부 교체가 이뤄지는 이번 당대회에선 왕 서기의 유임 여부가 최대 관심사 가운데 하나다. 만약 왕 서기가 관례를 깨면 그보다 5살 어린 시진핑 국가주석도 5년 뒤 자리를 지켜 제3기 집권이 가능해진다. 그러나 최근에는 왕 서기가 7상8하(68살 이상은 은퇴)의 관례를 지켜 용퇴할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자신의 거취를 묻는 질문에 “줄곧 일만 할 순 없으며, 쉴 때도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는 보도도 있었다.

하지만 왕 서기가 배넌, 리셴룽 등 중국 외교의 핵심 상대 인물들을 잇따라 접촉한 것에서 보듯이 퇴임한다 해도 경제·금융 전문가 출신 ‘원로’로서 상당한 영향력을 갖게 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전망한다. 사실 그의 유임설도 성장이 둔화하는 중국 경제의 ‘부활’에 대한 기대가 반영된 것이었다. ‘시진핑 2기’에서도 왕 서기가 막후에서 영향력과 권력을 유지할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두다오정(94) 전 신문출판서장, 리루이(101) 전 중앙조직부 부부장, 그리고 중국공산당사 연구자인 허팡(95) 등 중국공산당 원로들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홍콩 <명보> 갈무리
두다오정(94) 전 신문출판서장, 리루이(101) 전 중앙조직부 부부장, 그리고 중국공산당사 연구자인 허팡(95) 등 중국공산당 원로들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홍콩 <명보> 갈무리

왕 서기의 막강한 영향력은 다른 중국공산당 원로들이 처한 현실과 미묘한 대조를 이룬다. ‘자유파’로 불리며 꾸준히 개혁개방 노선을 지지해온 원로들이 23일 베이징 시내 호텔에서 오찬 회동을 했다고 홍콩 <명보>가 보도했다. 참가자 가운데는 리루이(100) 전 중앙조직부 부부장 부부와 두다오정(94) 전 신문출판서장 등 입당 80년이 넘은 대표적 원로들이 포함됐다.

두 전 서장은 만약 당대회 참석 요청이 오면 어떻게 할 것인지와 관련해 “반드시 가야 한다”며 5가지 건의안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개인 숭배는 금지해야 하고, 11차 3중전회 정신(개혁개방 노선)에 흔들림이 없어야 하며, 덩샤오핑 시대 외교노선인 ‘도광양회’(때를 기다리며 실력을 기르다)는 구시대적인 것이 아니며, 부패척결은 옳지만 조급해서는 안 되며, 지식인들을 존중하고 관용을 베풀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고 한다.

건의안은 ‘중국굴기’를 과시하며 언론·사상 통제를 강화하는 시진핑 시대를 비판한 것으로 읽히기도 한다. 지난해 중국 당국은 이들 자유파 원로들을 대변하던 잡지 <염황춘추>의 경영진과 필진을 강제로 교체했다.

베이징/김외현 특파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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