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최대의 비트코인거래소 비트코인중국(BTC차이나)의 누리집에 9월30일부터 모든 거래를 중단한다는 공고가 떠있다. 누리집 갈무리
대표적 가상화폐 비트코인에 대해 중국 당국이 거래 중단 지시를 내린 것으로 알려지면서 비트코인 가치가 급락하고 있다.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화폐 시세를 보여주는 월드코인인덱스를 보면, 15일 오후 4시 현재 비트코인은 3300달러를 약간 웃도는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1년전 그 가치가 600달러선이었던 데 견주면 여전히 높은 수준이지만, 이달 초 최고치가 5000달러가 넘었던 데 견주면 2주 만에 34% 급락한 것이다. 세계적으로 14일 하루에만 하락률이 16%에 이르렀다.
가장 큰 원인은 중국 당국이 치켜든 규제의 칼 때문이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과 금융기관들은 지난 4일 가상화폐 자금 조달 수단인 가상화폐공개(ICO)를 금지한다고 공고했다. 투자 위험이 너무 크고, 불법 요소가 많은 데다, 금융 사기와 범죄 행위에 이용될 가능성도 높다는 이유가 제시됐다. 7~8월 50억위안(약 8646억원)이 몰려들었던 중국 내 가상화폐공개 시장이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중국인터넷금융협회는 13일 가상화폐의 위험을 알리는 지시를 내려, 비트코인 등이 돈세탁, 마약 판매, 밀수, 불법 자금 모금 등 불법 행위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다며 어떤 가상화폐도 합법적이지 않다고 경고했다. 다음날인 14일 중국 최대 비트코인 거래소인 ‘비트코인 중국’(BTC차이나)은 공고를 내어 “인민은행 등의 공고 정신에 따라 30일부터 모든 거래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15일엔 웨이비트(VIA)도 30일부터 거래가 중단된다고 밝혔다.
중국 당국이 직접 손을 써서 비트코인 거래를 중단시키고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중국 매체들에서는 상하이시 금융 당국이 관할 비트코인 거래소에 9월말까지 거래를 중단하라는 구두 지시를 내렸다는 보도와, 베이징에 본부를 둔 거래소 훠비는 감독기관으로부터 아무런 통지를 받지 못했다는 보도가 동시에 나오고 있다. 인민은행 등 관련 당국은 아무런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중국의 가상화폐 단속과 관련해, 파노스 무르두쿠타스 뉴욕 롱아일랜드대 교수는 지난 9일 <포브스> 칼럼에서 “경쟁 화폐가 등장해 화폐 발행과 금융, 경제에 대한 정부의 독점적 지위를 위협하는 것은 어떤 나라도 원치 않는다”며 “중국은 다른 어떤 나라보다도 금융 시스템 장악을 추구하며 정치적 의제로 다루는데, 비트코인처럼 정치 체제를 위협할 수 있는 경쟁화폐를 왜 곧장 단속하지 않겠는가”라고 설명했다.
비트코인 거래소 폐쇄가 가져올 부정적 영향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가상화폐 업계에서는 중국인들이 해외 거래소를 통해 비트코인을 거래하게 돼, 해외시장이 오히려 호기를 맞을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가상화폐 시장에서 중국이 도태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중국의 업계 관계자는 온라인매체 <펑파이>에 “중앙은행도 실제 조사를 진행해본 뒤, 화폐라기보다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상품에 가까운 비트코인의 거래가 한칼에 중단될 수 없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베이징/김외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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