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오른쪽)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5일 중국 푸젠성 샤먼에서 폐막한 브릭스 정상회의에서 기념사진을 찍기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샤먼/AFP 연합뉴스
중국 푸젠성 샤먼에서 열린 브릭스(BRICS) 정상회의가 5일 사흘 일정을 마치고 폐막했다. 이 회의를 계기로 중국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등 서구의 고립주의 행보에 재차 경고를 보냈지만, 브릭스의 위상은 예전 같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이날 회의에서 “다자 무역 협상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파리기후협약은 저항에 맞닥뜨렸다”며 ”일부 국가들은 내부로만 눈을 돌릴 뿐, 국제 협력에는 소극적”이라고 말했다. 시 주석이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지난해 선거 때부터 ‘일자리를 뺏아간다'며 중국에 대한 무역 압박을 시사하고 파리기후변화협약 탈퇴를 선언한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한 것이 분명해 보인다. 서구 중심 국제 질서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모인 신흥 대국들의 행사인 브릭스 정상회의에서 나온 발언인 만큼 ‘선진국 대 신흥국' 전선을 그으려는 의도도 확실해 보인다.
시 주석은 이날 기자회견에선 “브릭스 국가들이 중요 국제 현안에서 협력을 심화하고 글로벌 경제 구조의 개혁을 서둘러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유엔의 개혁을 주문하는 한편, 이번 회의에 초청된 이집트·기니·멕시코·타지키스탄·타이 등 개발도상국과 ‘브릭스 플러스' 정상회의를 열어 남남협력에 5억달러를 지원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이번 회의에서 가장 관심을 끈 중국-인도의 정상 간 만남은 약식 회견 형태로 이뤄졌다. 시 주석은 이날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에게 “두 나라는 위협적 존재가 아니라 발전의 기회”라고 강조했다고 중국 외교부는 밝혔다. 인도 쪽에서도 “건설적이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두 정상의 만남은 회의 개최 직전까지 73일 동안 히말라야산맥의 도클람(중국명 둥랑) 지역에서 진행됐던 양국의 군사 대치에도 불구하고 이뤄진 것이어서 의미가 있다.
브릭스 정상회의를 앞두고 군사 대치를 종료시키기 위해 중국 쪽이 문제가 됐던 도로 공사의 부분적 중단과 경제적 지원 등을 약속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국경 문제에 대한 완전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불씨가 남았다는 평가도 중국으로서는 신경이 거슬리는 대목이다. 인도는 이번 회의 공동성명에서도 톡톡한 외교적 승리를 거뒀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파키스탄 무장세력을 직접 거론한 대테러 대응 조항이 삽입되면서 인도의 맞수이자 중국의 우방인 파키스탄이 곤혹스러워졌기 때문이다.
브릭스를 중심으로 한 대안적 국제 질서를 추구하는 중국의 바람과는 달리, 브릭스 나라들의 상황이 안정적이지 못하다는 지적도 이어진다. 도클람 대치에서 보듯 중국과 인도가 정치·경제적 경쟁 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데다, 브라질과 러시아, 남아공은 모두 경제 불안정에 시달리고 있는 탓이다.
애초 중국은 브릭스 정상회의를 끝으로 올해 주요 외교 일정을 마무리짓고 다음달 18일로 예정된 당대회 등 국내 정치 일정에 집중할 것으로 보였으나, 막판까지 골칫거리였던 인도와의 대치나 개막 당일에 발생한 북한의 6차 핵실험이 변수가 됐을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외교적 성패가 이번에 구성될 차기 지도부 인선에 영향을 미칠지도 관심거리다.
베이징/김외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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