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인도가 히말라야 국경지대에서 2개월 넘게 계속해온 군사대치를 종료하고 병력을 철수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 사진은 2008년 7월 히말라야의 나투라 고개의 양국 국경에서 중국 병사가 인도 병사 옆에 서 있는 사진이다. AFP 연합
브릭스(BRICS) 정상회의를 일주일도 채 남지 않은 가운데, 중국과 인도가 히말라야 산악지대에서 두달 넘게 끌어온 군사 대치 상황을 종료하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인도 외무부는 28일 오후 “최근 몇주간 도클람(중국명 둥랑) 사건과 관련한 외교적 소통을 유지해왔다. 이를 기초로 도클람 현장에서 대치하고 있는 국경 병력들의 조속한 철수를 합의했으며, 진행되고 있다”고 발표했다. 이같은 내용은 관련 첫 속보가 나온 지 15분 뒤 시작된 중국 외교부 정례브리핑에서도 확인됐다. 화춘잉 대변인은 “8월28일 오후 2시30분부터 인도는 경계를 넘어온 인원과 장비를 모두 철수시켰으며, 중국 현장 인원들은 이를 확인했다”고 말했다.
병력이 철수했다는 내용은 동일하지만, 중국과 인도가 각각 강조하는 부분은 다르다. 먼저 발표한 인도는 상호 합의에 따라 중-인 양쪽이 모두 병력을 물리기로 했다고 한 반면, 중국은 인도 병력의 철수만을 전하고 있다. 그동안 인도 쪽의 일방적 국경 침범이라고 주장해온 중국의 속내가 녹아있다. 다만, 관련 질문이 이어지자 화 대변인은 “현재 현장 상황에는 이미 변화가 발생했으며, 중국은 이에 따른 조정과 배치를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상호 철수를 인정한 것으로 볼 수도 있는 대목이다.
애초 이 사건은 중국과 부탄의 영토분쟁지역인 도클람(둥랑) 지역에서 6월 중순 중국이 도로를 확장하려하자, 부탄의 동맹인 인도가 중국에 항의하고 병력을 보내 도로 건설단을 저지하면서 시작됐다. 전통적으로 인도는 ‘닭의 목’으로 불리는 이 지역에 중국의 존재가 강화되면 북동부가 고립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양국의 대치 상황은 병력 추가로 이어졌고, 국내 여론이 악화하면서 정부 성명과 언론의 격한 설전도 이어졌다. 7월초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린 주요 20국(G20)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양자 정상회담을 하지 않았다. 지난 15일엔 다른 국경지역인 라다크 지역 판공호수에서 투석전·난투극이 벌어져 긴장이 더욱 고조됐다. 인도 정부가 중국산 물품에 반덤핑관세를 부과하는 등 무역전쟁 조짐도 있었다.
끊임없이 높아지던 갈등은 다음달 3일 중국 푸젠성 샤먼에서 시작하는 브릭스 정상회의를 계기로 일단 봉합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과연 모디 총리가 이번 회의에 참석할지, 참석한다면 시 주석과 어떤 얼굴로 만나게 될지에 전세계의 관심이 집중되면서, 양국 모두에 부담이 됐던 셈이다. 모디 총리는 이번 회의에 참석하기로 했다.
게다가 히말라야 고원 지대인 도클람(둥랑) 지역에 9월부터 눈이 내려 더이상 병력을 주둔시킬 수 없게 되는 만큼, 적절한 시점에 양쪽이 갈등을 마무리지어야 했을 거란 관측도 제기된다. 단순히 계절적 요인으로 병력을 철수시키면, 관계 악화에 따른 피해가 장기화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다만, 양쪽이 애초 군사 대치의 원인이 됐던 국경 및 도로 건설 등에 대해서는 언급을 하지 않아, 갈등이 재점화할 불씨는 남아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중국 쪽이 ‘조정’을 거론한 것은 현 상황을 인정할 수 없다는 뜻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베이징/김외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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