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의 롯데마트 점포. 사진 출처:차이나데일리
한-중 수교 25돌을 하루 앞둔 23일 중국 당국이 롯데마트의 자산을 회수해 매각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수교 기념 행사도 양국이 따로 연다. 껄끄러운 양국 관계의 현실이 거칠게 드러났다.
베이징시 발전개혁위원회는 지난해 롯데마트 주셴차오점과 양차오점에 대한 점검을 벌여 발전기 23대와 변압기 4대의 에너지 사용이 과도하다며 사용 금지 명령을 내렸고, 최근 베이징시 당국이 해당 발전기와 변압기를 회수 조치했다고 <베이징 신보>가 23일 보도했다.
중국 롯데 관계자는 “롯데마트 해당 점포 2곳이 지난해 4월 정기 검사를 받은 뒤 같은해 11월 시설물 노후 및 교체 지적을 받았고, 지난 4월 처리를 완료했다”며 “기존 설비는 중국 법규에 따라 당국이 회수·폐기하도록 돼있어, 7월과 8월에 걸쳐 나누어 회수해갔다”고 말했다. 중국 국고로 귀속될 기존 장비 경매 예상가는 400만위안(약 6억8000만원)이 넘을 것으로 보인다.
표면적으로는 에너지 효율 제고 차원의 조처로 보이지만, 지난 2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부지를 제공한 뒤 중국 사업에서 난항을 겪어온 롯데에 가해진 조처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롯데마트는 중국 내 점포 99곳 가운데 87곳이 영업을 반년 가량 중단해온 상태다. 급여 감소 등을 겪는 상황에서 직원들은 10%가량이 롯데를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한-중 수교 25돌 행사는 23일 베이징 시내 호텔에서 열리는 중국인민대외우호협회 주최 기념행사를 시작으로 24일 서울과 베이징에서 각각 양국 대사관이 주최하는 행사가 따로 열린다. 한-중 공동 주최 행사는 없다. 중국은 ‘5년은 작은 경사, 10년은 큰 경사’라며 5년과 10년 기념일을 중시하는데, 2012년 20돌까지는 매번 베이징에서 공동 주최해왔다.
서울 행사에는 임성남 외교부 1차관이 참석할 예정이지만, 베이징 행사에 참석할 중국쪽 인사가 누구일지는 하루 전인 23일 오전까지도 확인되지 않았다. 주중대사관 관계자는 “행사의 격에 맞는 인사가 참석할 것으로 예상하지만 누가 오는지는 확정 통보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5년 전 20돌 행사 때 차기 지도자로 내정됐던 시진핑 당시 부주석과 양제츠 외교부장(현 외교담당 국무위원) 등 주요 인사들이 참석한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사드 국면 이후 한-중 관계의 단면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중-한 수교 25주년을 계기로 삼아, 수교 이래의 경험과 교훈을 한국과 함께 진지하게 회고하고 평가하면서, 초심을 잊지 말고, 상호 신뢰를 공고히 하며, 불일치는 적절히 처리해 중-한 관계의 건강하고 안정적인 발전을 추진하고 싶다”고 했다.
베이징/김외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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