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문사건·인권·문화대혁명 등
문서 300건 중국내 접속 차단
학계 충격…학문의 자유 제한 논란
문서 300건 중국내 접속 차단
학계 충격…학문의 자유 제한 논란
16세기에 세워져 세계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영국 케임브리지대 출판사가 중국 당국의 압력에 굴복해 그동안 간행된 학술문서 300여건에 대한 중국 내 접속을 차단해 ‘학문의 자유' 논란이 일고 있다.
이 출판사가 간행하는 중국 관련 계간 학술지 <차이나 쿼털리>의 팀 프링글 편집장(런던대학교 SOAS(아시아아프리카대학) 교수)은 18일 낸 성명에서 “<차이나 쿼털리>는 잡지에 실렸던 300건 이상의 문서가 중국교육도서수출입유한공사(CEPIEC) 및 중국도서수출입총공사(CNPIEC) 등 중국 수입당국의 검열을 당한 데 대해 우려와 실망을 표한다”며 “학문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은 중국 사회의 대중 참여 공간을 좁혀온 정책의 확장판”이라고 비판했다.
출판사 쪽이 삭제를 수용한 문서들은 1989년 천안문(톈안먼) 사건, 인권, 대만, 홍콩, 마오쩌둥, 문화대혁명, 중국공산당 당내 정치 등 중국 당국이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주제들이다. 심지어 1960년대에 간행된 티베트 관련 문서도 포함돼 있다.
케임브리지대 출판사는 같은 날 성명을 통해, “<차이나 쿼털리> 문서의 중국 내 접근을 막으라는 중국 수입당국의 지시를 받았다”고 확인하면서, “우리는 다른 학문·교육 자료가 이 시장(중국)의 연구자들과 교육자들에게 계속 접근 가능하도록, 개별 문서에 대한 삭제 요청에 응했다”고 밝혔다. 중국 내 연구자 등이 <차이나 쿼털리>에 계속 접근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중국 당국의 요구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는 설명이다.
전세계 중국 학계는 충격에 빠졌다. 이 잡지는 1960년부터 출간된 중국학의 대표적 학술지다. 노르웨이 오슬로대 안나 아흘러스 교수(중국정치·사회)는 공개서한에서 "출판사가 정책을 되돌려서 중국 당국이 허용하지 않더라도 학문의 자유를 주장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외국의 정통 학술지에 대한 중국 당국의 검열 조처는 매우 이례적이다. 국내 언론에 대한 검열과, 외국 언론 접속에 대한 통제에 이어 외국의 영향을 받은 사상 및 학문에 대해서도 광범위한 제한을 시도하는 것으로 풀이되기도 한다.
베이징/김외현 특파원 oscar@hani.co.kr
케임브리지대 출판부
<차이나 쿼털리> 최신호 표지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