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한 네티즌이 유명 훠궈(중국식 샤브샤브) 식당 체인인 하이디라오에서 혼밥족을 위해 제공하는 곰 인형을 찍어서 올린 사진. 출처:소우후
중국에서 독신 남녀가 늘어나면서 ‘혼밥족'을 위한 각종 서비스가 호황을 누리고 있다.
중국 전역 약 200곳에 지점을 둔 훠궈(중국식 샤브샤브) 체인점 하이디라오는 최근 혼자 식당에 오는 손님들을 위해 대형 인형을 준비해두고 있다. 13일 <파이낸셜타임스> 보도를 보면, 상하이의 한 지점에서 점원은 혼자 온 손님들에게 “덜 외롭게 느끼도록 도와준다”며 커다란 곰인형과 ‘노란닭' 인형 가운데 하나를 고르라고 했다. 함께 앉혀주겠다는 뜻이다. 솔로인 천녜(23)는 “곰인형을 받았을 때 처음엔 충격이었지만, 나중엔 따뜻하게 느껴지기도 했다”면서도 “하지만 결국엔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내가 혼자라는 것을 절감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중국 외식업계는 지난해 44% 급성장했는데 그 일등공신은 이들 혼밥족들이다. 중국 최대 식당평가·음식배달 서비스 앱을 운영하는 메이퇀의 자료를 보면, 이 앱을 통해 주문한 고객 65%가 독신 남녀들이었다. 올해 상반기 127% 성장률을 달성한 배달 서비스 앱 ‘어러머'의 대변인 양겅선은 “독신 남녀 가운데 자기 자신만을 위해 요리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메이퇀 쪽도 “혼밥족은 우리의 가장 중요한 고객”이라며 “중국 음식은 꽤 복잡하고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에, 독신 남녀들은 직접 하는 건 시간 낭비라고 생각해서 주문을 택한다”고 말했다.
이런 변화는 인구구조의 변화와 맞물려 있다. 중국 도시 인구의 16%는 1인가구라고 보스턴컨설팅그룹은 추산한다. 중국 정부 통계로도 성인들 중 혼자 사는 인구는 2012년 7700만명이며, 2021년에는 9200만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결혼하지 않거나 결혼을 미루는 젊은이들이 늘고, 이혼율이 높아지고, 한 자녀 정책과 남아 선호로 배우자를 찾기 어려운 남성 인구가 증가한 것 등이 주요한 원인이다. 식생활 변화도 혼밥족 증가와 맞물려 있다. 중국 식당의 주문은 ‘한 접시' 단위인 경우가 많아, 여러 명이 함께할 때가 아니면 여러 종류의 음식을 맛보기가 힘들 때가 많다. 그러나 최근에는 1인용으로 밥 등 주식과 소량의 반찬 여러 종류를 함께 내놓는 경우도 늘고 있다. 여기에 저가의 노동력에 기반한 배달 서비스가 발달하면서 혼밥족의 식사가 편리해지고 있다.
베이징/김외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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