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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국

“네이멍구 황사 발원 막아라” 10년째 도전중인 한국인

등록 2017-08-10 22:21

에코피스아시아 중국사업소 박상호 소장
“호수 사막화 막을 ‘갈대숲’ 조성 희망적”
에코피스아시아 박상호 소장이 지난 8일 네이멍구 정란치의 말라버린 보샤오테 호수를 가리키며 녹화 사업 현황을 설명하고 있다.
에코피스아시아 박상호 소장이 지난 8일 네이멍구 정란치의 말라버린 보샤오테 호수를 가리키며 녹화 사업 현황을 설명하고 있다.
“내년이면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다.”

박상호(49) 에코피스아시아 중국사업소장은 8일 중국 네이멍구(내몽골)자치구 정란치 보샤오테 호수의 말라버린 바닥을 바라보며 깊은 숨을 들이쉬었다. 그가 현대자동차그룹과 함께 10년째 사막화 방지사업을 진행해온 약 30㎢ 넓이의 호수 바닥은 오전에 흩뿌린 빗방울이 무색하게도 메말라 있었다. 그럼에도 그는 자신감을 보이고 있었다.

지난 10년을 ‘도전과 실패의 역사’로 규정하는 박 소장이 굳이 내년엔 ‘수확’을 약속하는 이유는 올해 장비 분야에서 큰 진전을 보았기 때문이다. 우선 찰흙처럼 물컹물컹한 바닥에서도 비교적 움직임이 쉬운 궤도차량이 확보됐다. 차량을 타고 족히 40~50분은 나가야 포장도로를 볼 수 있는 환경에서 획기적인 물류 인프라가 생긴 것이다. 또 씨앗과 영양물질을 합쳐 수분을 잘 빨아들이도록 만든 ‘시드칩’과 그 파종 장비도 갖춰졌다.

물이 말라버린 보샤오테 호수의 환경은 식물 생장에는 열악하기 그지없다. 워낙 강수량이 적은데다 비가 와도 낮은 지하수로 빠지는 양이 더 많고, 그렇게 말라버린 지표를 햇볕이 달구면 상승기류가 발생해 비구름의 접근을 막는 악순환이 이어진다. 오랜 옛날 바다였던 이곳의 알칼리성 토양은 바람에 날려 베이징으로, 서울로 날아가 인체에 해를 끼치게 된다. 박 소장의 지난 10년은 네이멍구에만 2만곳가량 퍼져 있는 알칼리성 마른 호수가 사막화되지 않도록 관리할 방법을 찾는 길이었다.

박 소장은 애초 한국 바닷가와 중국·러시아 내륙에 자라는 한해살이풀 나문재를 심어 사막화 방지를 꾀해보려 했다. 하지만 한해살이풀은 한계가 있었다. 여름엔 때때로 비가 고여 물속에서 썩어버리고, 겨울엔 영하 40도 혹독한 추위에 심는 족족 냉해로 죽어나가니, 해마다 씨앗을 새로 뿌려야 했다. 안정적이지도, 지속가능하지도 않았다.

우연히 지역 주민이 이곳에 갈대가 있었다는 옛이야기를 전해주면서 사업은 다시 활기를 찾았다. 낙타를 타고도 보이지 않을 만큼 키 높은 갈대밭이 있었지만, 1959년께 늑대를 잡느라 모조리 태워버렸다는 얘기였다. 갈대는 물에 잠겨서도 자랄 수 있으니 울창한 ‘숲’을 이루는 것도 가능했던 셈이다. 우여곡절 끝에 인근에서 갈대 종자를 확보해 실험에 나섰고 이번에 장비까지 확보했다. 지난해부터 동참한 서형민 경북대 교수(산림자원학)도 큰 지원군이다.

지금까지의 경험을 토대로 박 소장은 “사막에 단순히 나무를 심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단언한다. 비록 중국 국내외 여러 기관 및 단체들이 사막화 대응 차원에서 ‘나무심기’ 사업에 나서고 있지만, 나무에 줄 수 있는 지하수를 다 길어 쓰고 나면 땅도 나무도 더욱 힘들어진다는 것이다.

“갈대를 잘 심어 작게는 보샤오테 호수를 안정적으로 녹화시켜 초원을 보호하는 게 목표이고, 크게는 전체 사막화 방지사업의 방향에 중요한 참고 사례를 만들어 정책 변화를 이끌고 싶다.” 중국 사회과학원 사회책임연구센터가 선정하는 50대 공익사업에서 2015년, 2016년 잇따라 3위를 차지하면서 가능성을 인정받은 박 소장의 포부다.

정란치(네이멍구)/김외현 특파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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