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일(현지시간)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중국 인민해방군 건군 90주년 기념 경축 대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베이징/AP 연합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인민해방군 건군 90주년을 기념한 연설에서 6·25 한국전쟁 당시 중국이 북한을 도와 승리로 이끌었다고 강조했다.
시 주석은 1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건군 90주년 기념 경축대회’ 연설에서 “인민군대가 사회주의 건설과 혁명에 적극 투신하고 조국과 인민을 지키는 기능을 전면 이행하며 항미원조 전쟁과 여러 차례 변경(국경) 수호 작전을 승리로 이끌어 국위와 군위를 떨쳤다”고 말했다. ‘항미원조’는 미국에 대항해 조선(북한)을 도왔다는 뜻으로, 중국의 6·25 한국전쟁 참전을 일컫는 표현이다. 북한 핵·미사일 문제와 관련해 미국이 ‘중국 책임론’을 압박하는 상황에 대한 중국의 불편한 심경을 드러내면서 동시에 북한과의 긴밀한 역사적 관계를 강조하려는 메시지로 해석할 수 있다.
시 주석의 발언은 인민해방군의 역사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건군 9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 취지에 맞게 시 주석은 인민해방군 창설 기점으로 간주하는 1927년 난창봉기 때부터 토지혁명전쟁, 항일전쟁, 해방전쟁, 그리고 항미원조 전쟁까지를 상세히 소개했다. 시 주석은 “우리는 결코 초심을 잊어선 안 되며, 계속 전진해서, 중국 특색 강군의 길을 걸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항미원조 전쟁을 소개하는 대목에서는, 당시 화력이 우세했던 미군을 정면으로 상대하지 않고 일부만 노려 섬멸하는 ‘영고우피당’ 전술을 펼쳤다며 “우리 군대의 전술은 세계 군사 역사에 새로운 지휘예술로 남았다”고 말했다. 10년 전 건군 80주년 기념식 당시 후진타오 주석도 항미원조 전쟁을 거론했으나, 전술까지 언급하며 이처럼 자세히 강조한 것은 이례적이다.
이날 행사는 ‘30만 감군’으로 대표되는 군 개혁을 주도해온 시 주석이 실전 능력을 과시했던 이틀 전 네이멍구 주르허 훈련기지 열병식에 이어, 군의 정치적 충성과 주권 불가침을 역설한 자리였다. 중국 최고지도부인 정치국 상무위원 7명이 모두 참석한 자리에서 시 주석은 “어떤 외국도 우리가 핵심이익을 거래할 것이라고 바라지 말고, 우리가 주권, 안보, 발전이익에 손해를 끼칠 쓴 과일을 삼킬 것이라고 기대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그는 또 “침략이나 확장을 추구하진 않지만 중국을 분열시키려는 어떤 시도도 결코 용납하지 않겠다”며 대만, 홍콩, 티베트, 신장위구르자치구 등의 ‘분리주의’ 가능성에 강력한 경고의 뜻을 밝혔다.
베이징/김외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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