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인민해방군 창군 90주년 기념 행사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가운데)를 비롯한 중국 지도부가 참석하고 있다. 배이징/신화 연합
북 핵·미사일 문제와 관련해 ‘중국의 노력이 부족했다’는 미국의 이른바 ‘중국책임론’ 주장에 중국이 정면으로 반발하고 있다. 미국이 “중국은 (북한에) 중대한 조처를 취할지 결정해야 한다”(니키 헤일리 유엔대사)며 넘긴 공을 중국이 ‘안 받겠다’며 거부한 것이다.
관영 <신화통신>은 지난 31일 늦은 밤 ‘트럼프가 불만을 터뜨리지만 대상을 잘못 찾았다’는 제목의 논평을 내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 등을 통해 주장하는 중국책임론이 “한반도 핵 문제에 대한 전체적이고 정확한 이해가 부족하고 고의로 흑백을 뒤바꿔 책임을 전가하려 들면서 꿍꿍이를 꾸미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논평은 북한이 7월 두 차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하는 등 핵·미사일 기술을 개발하는 목적과 관련해 “한편으로는 핵무장을 강화시키는 길 위에서 한걸음도 물러설 수 없다는 결연함을 보이는 것이고, 또 한편으로는 미국에 직접 대화를 하자는 강력한 신호를 보낸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런데도 미국이 이런 ‘북한식 대화 제안’을 무시하고, 장거리 전략폭격기 B-1B의 한반도 상공 출동과 8월 한-미 연합훈련(을지프리덤가디언) 등 강경한 반응으로 일관하는 것이 잘못이란 주장이다.
특히 논평은 중국이 제안하는 ‘쌍중단’(북한 핵·미사일과 한-미 대규모 군사훈련 중단)과 ‘쌍궤병행’(동시에 비핵화·평화체제 협상)을 강조하면서, “중국의 손안에는 한반도 핵 문제 해결을 위한 마술지팡이가 있는 게 아니다. 문제 해결의 열쇠를 쥐고 있는 것은 미국과 조선(북)”이라고 잘라 말했다.
<신화통신>의 논평이 나온 지 몇시간 뒤 미국 뉴욕에서는 류제이 유엔 주재 중국대사가 중국의 입장을 재차 대변했다. 7월 한달 동안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순회의장을 맡았던 그는 임기를 마무리짓는 기자회견에서 “상황을 변화시키고, 올바른 방향으로 가도록 시작할 우선적인 책임은 중국이 아니라 미국과 북한에 있다”며 “중국이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와 무관하게, 두 주요 당사국에 좌우되는 것이 많기 때문에 중국의 노력은 실질적인 성과를 얻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류 대사는 특정국을 거론하지 않은 채, 긴장을 고조시키고 대화를 재개하는 데 실패한 관련국들은 안보리 결의를 위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북한의 두차례 아이시비엠 발사와 관련한 안보리의 추가 대북제재 논의 자체를 중국이 거부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이날 <신화통신>은 북한이 발사한 미사일을 아이시비엠이라고 규정하면서, 북한의 위협 수준이 한 단계 높아졌음을 부인하지 않았다. 제한적 범위 안에서 한발 나아간 조처에는 동의할 가능성이 크다. 청샤오허 인민대 교수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북한에 대한 석유공급 중단·삭감은 영향이 과도하게 클 수 있어 중국이 동의하기 힘들겠지만, 새로 나오게 될 안보리 결의가 지금보다 더 강한 제재가 된다는 것은 확신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중국이 미국이 바라는 대로 적극적으로 나설 만한 상황은 아니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진징이 베이징대 교수는 “트럼프 행정부는 북핵 문제를 해결하겠다기보다는 중국을 압박하는 수단으로만 삼는 것 같다”며 “그동안 중국이 여러 손해를 무릅쓰고 기울여온 노력에 대한 칭찬이나 감사 한마디 없이 책임만 뒤집어씌우고 있으니 중국이 적극적으로 나올 동력이 없어졌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 정부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발사대 추가 배치를 결정한 직후 중국이 김장수 주중대사를 불러 항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중국 외교부는 지난 29일 김장수 대사를 초치(불러서 항의의 뜻을 전함)해, 사드 배치 절차를 중단하고 현재 배치된 사드 미사일의 철수를 요구했다고 베이징 외교가 인사 등이 1일 확인했다.
베이징/김외현 특파원
oscar@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