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중국이 건군 90돌을 맞이해 30일 네이멍구(내몽골) 주르허 훈련기지에서 대규모 열병식을 실시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이날 이례적으로 전투복을 입고 나와 차량을 타고 9개 작전군을 사열했다. 중국 인민해방군은 신형 무기를 대거 공개했다.

시 주석은 이날 연설에서 “여러분은 군대에 대한 당의 절대적 영도의 근본 원칙과 제도를 확고하게 지키고, 영원히 당의 말을 들으며, 당과 함께 가고, 당이 가리키는 곳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국가의 군대가 아닌 당의 군대인 인민해방군의 정치적 의미와 충성을 강조한 대목이다. 아울러 “중국 특색의 강군의 길을 걸어나가자”며 “우리 군대는 모든 적을 이길 수 있고 국가 안보와 발전의 이익을 지킬 능력이 있다”고 선언했다.

중국 군이 베이징 천안문(톈안먼)광장 주변이 아닌 다른 곳에서 열병식을 한 것은 1981년 화베이 열병식 이래 처음으로, 특히 아시아 최대 규모로 일컬어지는 네이멍구 주르허 훈련장에서 열병식이 실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홍콩 <명보>는 지난 2015년 전승 70주년 기념식에서 ‘30만명 병력 감축’을 선언하는 등 군 개혁을 추진해온 시 주석이 군의 실전 능력을 대내외적으로 과시하려는 목적이라고 전했다. 주르허 훈련장은 넓이가 1066㎢로 서울의 1.8배에 이르며, 사막과 구릉, 평원 등 다양한 지형으로 구성된 첨단 훈련장이다. 중국이 건군기념일에 열병식을 개최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중국은 공산당과 국민당의 첫 전투가 벌어진 1927년 8월1일 난창봉기를 인민해방군 창군 기점으로 삼고 있다.

70분여 동안 ‘실전 형식’으로 진행된 열병식에서 가장 주목받았던 것은 이날 처음 공개된 신형 무기들이었다. 개량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둥펑-31AG이 처음 공개됐고, 지난 3월 실전 배치된 첨단 전투기 젠-16도 처음으로 선을 보였다. 지대공 미사일 훙치-22, 훙치-9B, 그리고 함대공 미사일 하이훙치-9, 그리고 공중 및 육지에서 발사해 해상 목표물을 타격하는 공대함 미사일 잉지-83K도 첫선을 보였다.

공중급유기 윈-20이 공중급유를 실시하는 장면이나, 중국 스텔스 전투기 젠-20, 항공모함 함재기 젠-15 등도 눈길을 끌었다. 이날 열병식에는 장병 1만2천명과 항공기 100여대, 군 장비 600여대가 참여했으며, 이 가운데 40%가 처음 공개된 것이었다고 중국 당국은 밝혔다.

시 주석은 이날 사열한 병사들과 인사를 주고받으면서 새로운 관례를 선보였다. 과거 열병식에서는 지도자가 병사들에게 “동지 여러분, 안녕하신가”(同志們好)라고 인사하면, 병사들은 “사령관, 안녕하십니까”(首長好)라고 인사를 받았다. 그러나 이날 시 주석의 인사에 병사들은 “주석, 안녕하십니까”(主席好)라고 인사를 받았다. “주석, 안녕하십니까”라는 표현은 지난 6월 홍콩 주둔부대 사열에서 병사들이 시 주석에게 처음 사용했다. 국가 최고위직인 국가주석과 군 최고위직인 중앙군사위 주석을 겸하고 있는 그의 직함을 부른 것으로 볼 수 있지만, 시 주석 시기 들어 진행돼온 권력 집중화의 한 단면으로 받아들여진다. 이날 다른 국가 원로들은 참석하지 않았다.

이번 대규모 열병식은 한반도 및 남중국해, 중국-인도 접경지역 등에서 갈등이 고조되는 시점에 실시됐다. 최근 중국은 중동과 아프리카를 잇는 전략적 거점인 지부티에 사상 첫 해외 중국 군사기지를 구축한 데 이어 인민해방군 해군 최신예 함대가 1만9000㎞를 항해해 발트해에서 러시아와 훈련을 하는 등 ‘강군 건설’ 능력을 잇따라 과시하고 있다. 따라서 이날 열병식은 ‘군사굴기’의 상징처럼 비쳤다. 경계의 시선을 의식한 듯 중국 국방부는 이날 자료를 내어, “연간 훈련 계획에 따라 진행된 것으로, 주변 정세와 관련이 없다”고 밝혔다.

베이징/김외현 특파원 oscar@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