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평양 시내 광장에서 시민들이 대형 전광판을 통해 북한의 ICBM 시험 발사 뉴스를 보고 있다. 평양/AFP 연합
북한의 28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와 이에 대응한 한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 체계 추가 배치와 관련해, 중국은 관련국 모두에 자제를 촉구하고 나섰지만 한·미와 입장 차가 뚜렷해 고민이 깊어가는 형국이다.
중국 외교부는 29일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한국의 사드 추가 배치에 대해 겅솽 대변인이 기자의 질문에 답하는 형식으로 각각 자료를 냈지만, 그동안 북핵 문제(안보리 결의 준수 촉구) 및 사드 문제(배치 중단 촉구)에 대해 밝혀온 입장과 다르지 않았다. 오히려 한·미와의 입장 차는 선명해졌다.
우선, 중국은 북핵과 사드 문제가 별개라고 본다. 겅 대변인은 이날 "사드 배치는 한국의 안보 우려를 해결할 수 없으며 조선(한)반도의 관련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문제를 더 복잡하게 만들 뿐"이라고 말했다. 북한의 핵·미사일 기술 개발을 이유로 한국이 사드 배치를 가속화시키는데 대한 중국의 불만이 드러난 대목이다. 뤼차오 랴오닝사회과학원 연구원은 30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사드 추가 배치 발표는 박근혜 정부 시기 사드 배치 정책과 사실상 일치한다”며 “문 대통령 취임 이후 그를 향했던 중국인들의 희망은 이미 실망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정치·외교적 신뢰, 경제 협력의 기회를 잃게될 것”이라고 말했다.
둘째, 중국은 북한이 이번달 두 차례 발사한 미사일이 ICBM인지에 대한 판단에서도 한·미와 달리 유보적이다. 겅 대변인은 이날 자료에서 북한의 미사일이 ICBM인지 여부를 확인하지 않은 채 “사태 진전을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다”고만 했다. 지난 4일 발사 때도 겅 대변인은 “현재 상황을 수집중이며, 형세 진전을 추적하고 있다”고만 했을 뿐, 며칠이 지나도록 ICBM 여부에 대한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당시 러시아는 아예 ICBM이 아닌 중거리탄도미사일(IRBM)로 평가했다. 베이징 소식통은 “중국이 ICBM이라고 인정하는 순간 국제사회가 추가적인 대북제재 논의에 돌입하게 되는 상황을 고려하고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국과 한·미의 입장 차가 선명한 만큼 대화와 타협의 물꼬를 트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어서, 추가 대북제재를 위한 논의에서 중국이 적극적으로 나설지는 불투명하다. 중국은 북핵 문제의 기원이 북-미 갈등이라면서, 그럼에도 중국은 유엔 안보리가 결의한 대북제재는 성실히 이행했다고 강조해왔다. 북한에 대한 제재 수위가 높아질수록 최대 교역국인 중국도 피해를 입게되는 상황도 신경쓰지 않을 수 없다.
한-중 간 사드 갈등이 현 상황을 유지한다면, 문재인 정부 출범 이래 개선될지에 관심이 모아졌던 한-중 관계 개선도 당분간 답보 상태를 피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8월24일 한-중 수교 25주년과 관련해, 한-중은 고위급 참석 여부를 매듭짓지 못한 채 각자 서울과 베이징의 대사관이 일단 따로 행사를 준비하고 있는 상황이다.
베이징/김외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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