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차세대 지도자 유력 후보였던 쑨정차이(54) 전 충칭시 당서기가 ‘부패 혐의’로 낙마해 조사를 받고 있다는 공식 발표가 나왔다. 중국 지도자 후계 구도를 둘러싼 권력쟁투에서 시진핑 국가주석 세력이 일단 유리한 고지를 확보한 형세다.
관영 <신화통신>은 24일 저녁 “쑨정차이 동지의 엄중한 기율 위반과 관련해, 중국공산당 중앙은 기율감사위원회가 이에 대해 조사하기로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엄중한 기율 위반’은 대개 부패 혐의를 가리키는 표현이어서, 쑨 전 서기가 부패 사건에 연루된 것이 공식 확인된 것이다. 쑨 전 서기는 지난 14일부터 베이징에서 열린 전국금융공작회의에 참석했다가 연행돼 조사를 받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쑨 전 서기의 구체적 혐의는 발표되지 않았지만, 2012년 시진핑 주석의 집권 과정에서 낙마한 전임자 보시라이 전 충칭시 서기의 흔적을 청산하지 못했다는 비판과 관련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편에서는 쑨 전 서기의 부인 후잉의 비리가 주요한 원인이라는 해석도 있다. 후잉은 시 주석 시기 낙마한 링지화 전 공산당 통일전선부장의 부인 구리핑 등과 더불어 중국 대형은행인 민생은행이 관리하는 ‘부인 모임’의 일원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쑨 전 서기의 탈락이 공식화하면서, 올 가을 19차 당대회에서 등장할 차기 지도부의 면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현재 정치국 상무위원 7명 가운데 시 주석과 리커창 총리를 제외한 5명이 교체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가장 유력시되던 쑨 전 서기를 대신할 주자가 누구냐는 것이다. 류링허우(60년대 출생자) 유력 후보 가운데 쑨 전 서기가 탈락하면서 기존 유력 주자 중에선 후춘화(54) 광둥성 서기만 남게 됐다.
아울러 시 주석의 핵심 측근으로 꼽히는 천민얼(57) 신임 충칭 당서기의 부상이 가장 중요한 변수가 됐다. 그는 시 주석이 저장성 서기 시절부터 함께해온 이른바 '즈장신군'의 대표적 인물로, 직전까지는 구이저우성 서기로 재직하면서 '벽촌'으로 여겨지던 구이저우를 빅데이터 산업 중심지로 키웠다. 홍콩 <명보>는천민얼 서기가 이번 당 대회에서 상무위원에 진입한다면, 중국공산당 역사상 부장(장관)급에서 최단 기간 내에 상무위에 진입하는 기록을 세우게 된다고 짚었다.
반면 후진타오 전 주석으로 대표되는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 세력은 뚜렷한 퇴조를 보이고 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당 대회에 참석할 전국대표대회 대의원에 당연직으로 들어갈 것으로 예상됐던 친이츠 공청단 서기처 제1서기(장관급) 등 공청당 핵심 인사 5명이 대의원에서 탈락했다고 전했다. 당 대회는 2300여명의 대의원들이 중앙위원과 중앙후보위원을 선발하고 그들이 정치국원(25명)을 뽑아 상무위원을 결정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는데, 공청단은 상당한 표를 잃은 것이다. 일각에서는 장쩌민 전 주석의 상하이방 세력을 견제하느라 손을 잡았던 시 주석의 태자당과 공청단 연대가 깨졌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베이징/김외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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