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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국

류샤오보 마지막 순간 임박했나…가족들 ‘임종 대비’

등록 2017-07-07 15:23수정 2017-07-07 22:23

2010년 노벨평화상 중국 대표적 반체제 평화운동가
약물치료 중단…사망 시 ‘인권탄압’ 지탄 예상
1989년 천안문 사건 이후 걸핏하면 연금·투옥
지난달 29일 공개된 동영상에서 류샤오보가 병상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이 동영상을 누가 공개했는지는 확실치 않으나, 중국 당국이 류샤오보의 건강 악화에 대한 비난을 피하기 위해 공개한 것으로 추정된다. AP 연합
지난달 29일 공개된 동영상에서 류샤오보가 병상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이 동영상을 누가 공개했는지는 확실치 않으나, 중국 당국이 류샤오보의 건강 악화에 대한 비난을 피하기 위해 공개한 것으로 추정된다. AP 연합
2010년 옥중에서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던 중국 반체제운동가 류샤오보의 숨길이 많은 이들의 탄식 속에 마지막 순간을 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간암 말기 확진을 받고 랴오닝성 선양의 중국의과대부속제1병원에 입원했던 류샤오보가 간 기능 저하로 더이상 치료를 받을 수 없는 상태이며, 가족들은 24시간 그의 곁을 지키라는 요청을 받았다고 <명보> <빈과일보> 등 홍콩 매체들이 보도했다. 혹시 모를 임종에 대비한 조처라는 생각에, 그의 지인들은 비통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작가 예두는 "곧 샤오보를 잃게될지도 모른다"라며 탄식했다. 병세가 6일부터 급속도로 악화한 탓에, 의료진은 항암제 등 약물치료를 중단하고 진통제만 투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류샤오보가 이대로 사망한다면 중국 당국은 인권 탄압과 관련해 국제사회의 지탄을 받게 될 가능성이 커보인다. 류샤오보는 1935년 카를 폰 오시에즈키(독일), 1991년 아웅산 수찌(미얀마)에 이어 세번째로 옥중에서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이래 처음으로 다른 나라에 귀화 또는 망명하지 않은 유일한 중국인 노벨상 수상자이건만, 그 영광은, 적어도 지금은, 아무런 빛이 나지 않는다.

1955년 지린성 창춘에서 태어난 류샤오보는 문화대혁명이 끝나고 1977년 지린대 중문과에 입학했고, 1984년 베이징사범대 중문과에서 석사 학위를 받은 뒤 대학 강단에 섰다. 1986년부터 여러 잡지에 기고한 체제 비판적 글로 주목받았고, '문단의 흑마'라는 별칭을 얻었다. 1987년 유교 전통을 비판하며 저명한 사상가 리쩌허우에 도전한 첫 책 <선택적 비판 - 리쩌허우와의 대화>는 베스트셀러가 됐다.

박사 학위를 마치고 미국 콜럼비아대 방문학자로 체류중이던 1989년 천안문(톈안먼) 시위가 벌어지자, 그는 즉각 귀국해 천안문으로 향했다. '천안문 사군자 단식농성'으로 주목받으며 학생들의 신뢰를 얻었고, 정부-학생 모두의 반성을 요구하며 평화적 해결을 주장했다. 그해 6월3일 류샤오보는 군과 학생 지도부의 합의를 이끌어내 일부 학생들의 철수를 실현시켰지만, 4일 끝내 무력진압이 벌어졌다. 5일 그 또한 당국에 체포돼 '반혁명 선전선동죄'로 유죄를 선고받았다. 그의 책들은 금서가 됐지만, 19개월 뒤 형사처벌 면제 처분을 받고 석방돼 집필 활동을 재개했다.

류샤오보는 1993년 천안문 사건을 다룬 다큐멘터리 <태평천국의 문> 촬영을 위해 오스트레일리아와 미국에 초청됐고, 당시 많은 친구들은 그에게 망명을 권했지만 그는 중국을 떠나지 않았다. 1995년 5월 천안문 사건 재평가와 정치개혁을 요구하는 청원운동을 하다가 9개월 가택연금을 당했고, 풀려난 지 8개월이 지난 1996년 9월 중국의 위협적인 대만 정책을 비판하며 평화통일을 주장하는 선언문을 발표했다가 노동교화 3년형을 받았다. 풀려난 뒤에도 당국의 삼엄한 감시 속에서 살아야 했던 그는 2008년 12월8일 민주화를 요구하는 '08헌장' 발표를 준비하던 중 발각돼 '국가정권 전복선동' 혐의로 가택연금당한 뒤 2009년 6월 정식체포돼 11년형을 받았다.

랴오닝성 진저우 감옥에 수감된 상태에서 류샤오보가 2010년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결정되자, 중국은 '내정 간섭'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초청받은 나라들을 압박해 참석 취소를 종용했고, 노벨위원회가 있는 노르웨이에는 무역 보복을 강행했다. 시상식은 그가 앉았어야 했을 '빈 의자'와 함께 진행됐다.

이후 국제사회는 꾸준히 그의 석방을 요구해왔지만, 중국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러던 중 지난 5월23일 말기 암 진단을 받고서야 류샤오보는 감옥을 나와 병원에서 치료를 받게 됐다. 그의 아내 류샤는 그가 중국을 떠나 서구에서 치료를 받고 싶어한다고 밝혔지만 끝내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류샤오보는 2009년 옥중에서 발표한 '나에겐 적이 없다'는 글에서 "적도 없고 원한도 없다"며 그 이유를 이렇게 밝혔다. "원한은 한 사람의 지혜와 양식을 갉아먹고, 적 의식은 한 민족의 정신을 중독시킨다. 너 죽고 나 살자는 잔혹한 투쟁을 선동시켜, 한 사회의 관용과 인성을 훼손시키고 한 나라의 자유 민주의 길에 장애가 된다. 나는 개인의 처지를 넘어서 나라 발전과 사회 변화를 보면서, 최대의 선의로 정권의 적의를 대하며, 사랑으로 원한을 녹이고 싶다.”

베이징/김외현 특파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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