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4일 모스크바 크렘린(크레믈)에서 회담을 하기 전 악수하고 있다. 모스크바/타스 연합뉴스
7~8일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미국의 견제를 받는 중국과 서방의 제재를 받는 러시아가 끈끈한 유대감을 과시하고 나섰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대해 우려를 표했지만,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한반도 배치에 대해서도 단호한 반대 입장을 계속 밝히고 있다. 특히 ‘사드 반대’는 중-러 밀착의 중요한 고리가 되는 모양새다.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은 4일 러시아 모스크바의 크렘린(크레믈)궁에서 만나 ‘중-러의 전면적전략협력 동반자관계를 한층 심화시키는 데 대한 공동성명'과 ‘중-러 현 세계 정세와 중대 국제문제에 대한 공동성명'(국제문제 성명)에 서명하고, ‘중-러 선린 우호 협력조약'의 향후 3년간 실시요강을 비준했다. 2001년 체결된 협력조약은 1980년 만기가 된 동맹 조약을 대체한 것이다. 또 두 정상이 지켜보는 가운데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중-러 조선반도 문제에 관한 공동성명'(한반도 성명) 등에 서명했다.
특히 ‘한반도 성명’을 보면 북핵 문제에 대한 두 나라의 공조 방침이 확연히 드러난다. 양쪽은 4일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 위반이라고 명시하고 북한에 결의 준수를 촉구했다. 동시에 중국이 제안해온 쌍중단 즉, 북한이 핵·미사일 개발을 중단하는 대가로 한·미가 대규모 훈련을 중단하는 해법을 재차 촉구했다. 또 핵 문제를 포함한 한반도 문제의 ‘일괄 타결’과 동북아평화체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아울러 “북한의 합리적 우려”인 체제 보장에 대한 우려가 존중돼야 한다는 부분도 명시하면서 남북한의 관계 개선과 대화 추진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중·러의 입장은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 개발을 우려하면서도 북핵 문제 해결과 관련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일이 대북 압박 강화를 주장한다면 대치 국면이 형성될 가능성도 있다. 더욱이 중·러는 ‘한반도 성명’에서 “사드가 지역의 전략적 안보 이익을 침해하고 있으므로 배치를 즉각 중단하라”는 기존 입장도 재확인했다. 두 정상의 성명에서도 "일부 국가가 위협에 대한 대응을 핑계로 일방적으로 유럽과 아시아에 미사일방어체계(MD)를 배치해 중·러를 포함한 역내 국가들의 전략적 안보 이익에 엄중한 손해를 끼친다"고 밝혔다. 사드를 미국의 글로벌 엠디 일부로 규정하면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밖에도 중국 국유기업인 국가개발은행(CDB)은 4일 러시아 국부펀드인 러시아직접투자펀드(RDIF)와 러시아 국책은행인 대외경제개발은행(VEB) 등에 모두 110억달러(약 13조원) 규모의 투자를 하기로 결정했다. 중국의 투자를 유치한 것은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서방 제재를 받고 있는 러시아가 오랜 기간 기울인 노력의 결실이라고 <파이낸셜 타임스>는 분석했다.
시 주석은 3일 러시아 매체들과의 인터뷰에서 “중-러 전면적 협력동반자 관계는 역사상 가장 좋은 시기를 맞이했다”면서, 높은 수준의 정치와 전략적 상호 신뢰, 고위층 교류 및 각 분야 협력 프로세스, 각자의 발전 전략에 대한 긍정적 연계, 국제 및 지역 문제에서의 밀접한 전략적 협력 유지 등을 배경으로 들었다. 시 주석은 4일 푸틴 대통령한테 최고 훈장인 성안드레이 페르보즈반니 사도 훈장을 받는 등 이틀 동안의 방러 일정을 마치고 이날 저녁 독일 베를린에 도착했다.
베이징/김외현 특파원
oscar@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