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부인 펑리위안이 홍콩 주권 반환 20주년 기념식 등에 참가하기 위해 29일 홍콩에 도착하고 있다. 홍콩/AP 연합뉴스
‘홍콩 반환' 20주년을 맞이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9일부터 사흘 동안 홍콩 방문 일정에 돌입했다.
시 주석은 29일 정오께 전용기로 홍콩국제공항에 도착해 마중 나온 렁춘잉 홍콩 행정장관 부부와 7월1일 취임할 캐리 람 행정장관 당선자, 초대 행정장관인 둥젠화 전국정협 부주석 등을 만났다. 중국 관영 <중앙텔레비전>(CCTV) 중계 화면에선, 환영 인파가 홍콩인들이 많이 쓰는 광둥어가 아니라 중국 표준어인 보통화로 “환영, 환영, 열렬 환영”이라고 외치는 모습이 나왔다.
시 주석은 이날 기자들에게 한 연설에서, 방문 목적에 관해 “첫번째는 홍콩 특별행정구가 20년간 얻은 거대한 성과를 열렬히 축하하기 위한 것이며 앞으로 더 좋은 성과가 있길 축원한다”고 말했다. 이어 “당 중앙은 20년간 홍콩의 든든한 지지자였다”며 “홍콩 각계와 함께 홍콩의 20년 경험을 모아 미래를 전망하고 일국양제가 안정적으로 실현되도록 보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 주석의 홍콩 방문은 집권 이후 처음이며, 2008년 7월 베이징올림픽 직전 부주석 신분으로 방문한 이후 9년 만이다.
시 주석은 본토와 홍콩의 긴밀한 관계를 강조하지만, 홍콩의 분위기엔 오히려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홍콩 경찰 2만9천명 중 1만1천명이 동원돼 곳곳에서 삼엄한 경계를 펼친 가운데, 시 주석이 도착한 공항에서는 이날 오전 11시께 비가 내리기 시작했는데도 취재진의 우산이 모두 압수당했다고 홍콩 매체들은 전했다. 2014년 반중 우산시위의 여파를 우려한 대응으로 풀이된다.
28일 밤 우산혁명 지도자 중 한명인 조슈아 웡이 홍콩 반환을 기념하는 조형물에서 연좌농성을 하다가 경찰에 연행되고 있다. 홍콩/EPA 연합뉴스
특히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반체제 인사 류샤오보가 옥중에서 간암 말기 판정을 받았다는 소식이 지난 26일 갑자기 전해진 것은 반중 여론의 도화선이 될 가능성도 있다. 시 주석 방문 하루 전인 28일엔 우산시위의 주역인 조슈아 웡 데모시스토(홍콩중지)당 비서장 등 범민주파 활동가 25명이 홍콩 반환을 기념하는 조형물에서 연좌농성을 하다가 경찰에 연행됐다. 이들은 홍콩의 상징인 자형화 동상을 타고 올라가 류샤오보 석방을 요구하는 검은색 펼침막을 동상에 붙이고 “시진핑은 눈이 멀었다”, “우리는 홍콩인이다” 등의 구호를 외쳤다. 대부분은 자진연행됐으나 웡 비서장과 네이선 로 주석 등은 바닥에 누워 버티다가 ‘공무 방해' 혐의로 체포돼 끌려갔다. 공항에서는 기자들이 류샤오보 관련 질문을 던졌지만 시 주석은 답하지 않았다.
시 주석은 사흘 동안 여러 차례의 연설 등을 통해, 특히 20년 전 홍콩에 중국과 ‘다른 체제'를 용인하기로 한 ‘일국양제'의 앞날에 대해 언급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1일 홍콩 새 정부 취임식 때의 연설에서는 구체적인 제안이 나올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30일 만찬에서 야당 주류인 민주파 의원들이 시 주석을 어떤 식으로 만나게 될지도 관심거리다. 진정한 민주주의 실현을 요구하는 이들은 “일국양제가 잘못되고 있다”고 쓴 연명 서한을 준비한 상태다.
시진핑 주석이 홍콩에 도착한 29일 노스포인트 경찰서 밖에서 민주화 요구 시위대가 2014년 우산시위의 상징인 우산을 옆에 두고 앉아 있다. 이 경찰서는 전날 우산시위 지도자 중 한명인 조슈아 웡을 연행한 곳이다. 홍콩/EPA 연합뉴스
시 주석은 29일 오후엔 경찰과 청년층의 친목을 도모하는 단체를, 부인 펑리위안은 카우룬의 유치원을 방문했다. 시 주석은 이틀째인 30일 홍콩에 주재하는 중국 중앙기구를 방문하고 홍콩 정재계 인사들과 면담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홍콩 주둔 인민해방군 사열, 강주아오 대교 건설현장 방문 등의 일정을 소화할 것으로 알려졌다. 모두 중국과 홍콩의 결속을 강조하는 행사들이다.
중국의 첫 항공모함인 랴오닝호와 군악대도 반환 20돌을 기념해 다음달 7일 홍콩을 방문한다.
베이징/김외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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