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국가(IS)에 납치돼 살해된 것으로 알려진 중국인들. 파키스탄 당국은 이들의 이름이 리징양(24), 멍리쓰(26)라고 밝혔으나 중국어의 로마자 표기법에 맞지 않는 부분이 있고 성과 이름을 구분하지 않아 확실치 않다. 웨이보 갈무리
최근 파키스탄에서 납치당해 살해됐다는 보도가 나온 중국인 2명과 관련해, 중국 정부가 “한국 종교단체에 이용당했을 가능성”을 거론하고 나섰다.
루캉 외교부 대변인은 15일 정례브리핑에서 “납치돼 살해당했을 가능성이 있는 중국인 2명과 동행했던 중국인 10여명은 한국의 관련 종교 단체에 이용당해 당시 불법적 선교 활동에 종사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중국 매체들이 현지 소식통을 인용해 이들이 선교 활동을 해왔다고 보도해왔지만, 정부 당국이 직접 이를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이용당했다”는 표현은 피해자들이 자기 의사와는 무관하게 선교 활동을 강요당했음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다만, 이날 루 대변인은 이 부분을 구체적으로 설명하진 않았다.
중국은 파키스탄의 관련 수사에 협조하겠다는 태도를 밝히고 있다. 루 대변인은 14일 “우리는 파키스탄 정부와 협력해 법에 의해 조사를 실시할 수 있다”고 말한 데 이어, 15일에도 같은 입장을 확인했다. 앞서 나온 중국 언론 보도대로 납치된 2명과 함께 머물렀던 중국인 11명이 중국에 귀국한 상태라면, 중국이 독자적으로 이들을 조사해왔을 가능성도 크다.
다만 중국 쪽도 현재로선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을뿐인데다 파키스탄도 사건 내용을 제한적으로 공개하고 있어, 한국 종교단체와의 연관성을 단정짓기는 아직 힘들어 보인다. 앞서 12일 파키스탄 내무부는 장관 명의의 성명을 내어 피살 가능성이 있는 중국인 2명이 사업비자로 입국했다고 전하고, “사업 활동을 하는 대신 그들은 (사건 발생 지역인) 케타에 가서 겉으로는 한국인 사업가가 소유한 학원에서 우르두어를 배우고 있었지만, 실제로는 선교 활동을 해왔다”고 밝혔다. 비자 문제에 초점이 맞춰진 이 성명은, 납치·살인 문제를 직시하지 않는다는 비판을 파키스탄 국내에서도 받았다.
이슬람국가(IS) 선전매체가 지난 9일 “살해했다”고 주장하는 보도를 낸 뒤, 사건의 실체가 드러나는데 시간이 걸리는 배경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우선, 사건이 발생한 곳이 외국과의 접촉이 드문 지역이기 때문이란 관측이 나온다. 아프가니스탄 국경과 가까운 발루치스탄주 케타시는 파키스탄 수도 이슬라마바드나 제1도시 카라치와는 각각 700㎞, 600㎞씩 떨어진 곳으로 이슬람주의 세력의 활동이 왕성한 곳으로 분류된다. 또 발루치스탄주의 과다르항이 중국이 추진하는 초대형 물류 사업인 ‘일대일로 프로젝트’의 핵심 전진기지여서, 사업에 영향을 최소화하려는 당국의 복잡한 속내가 깔려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납치 사건이 발생한 학원의 한국인 원장과 관련해, 한국 외교부 관계자는 15일 <한겨레>에 “원장과 그 가족은 별도로 안전하게 보호하고 있으며, 이들 외에 학원에 있었던 한국인 몇명을 함께 조사중”이라면서 “선교 관련 여부는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다만, 조준혁 한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중국인 피해자들의 신분을 “우리 국민이 운영하는 현지 우르드어 어학원 수강생”이었다고만 설명했다.
베이징/김외현 특파원, 김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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