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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국

“10년 전 낙관했던 중국 민주화가 더뎌진 이유는…”

등록 2017-06-11 14:53수정 2017-06-11 19:13

‘미성숙한 국가’ 지은이 쉬즈위안 인터뷰

‘중심국가’이자 ‘미성숙국가’인 중국의 현재는
“폐쇄적 언론환경과 ‘조공’의 역사…
사회변혁과 외교관계 발목 잡아”

“박근혜는 한국의 일시적 역류
거리의 시민들이 정상으로 되돌려”
6일 오전 베이징의 문화공간 ‘단샹(單向)공간’에서 중국 사회비평가 겸 칼럼니스트 쉬즈위안을 만났다. 그가 운영하고 있는 이곳은 인문책방과 문화살롱이 결합된 시설로, 멀티미디어를 결합한 회사로 확장 중이기도 하다. 베이징/김외현 특파원 oscar@hani.co.kr
6일 오전 베이징의 문화공간 ‘단샹(單向)공간’에서 중국 사회비평가 겸 칼럼니스트 쉬즈위안을 만났다. 그가 운영하고 있는 이곳은 인문책방과 문화살롱이 결합된 시설로, 멀티미디어를 결합한 회사로 확장 중이기도 하다. 베이징/김외현 특파원 oscar@hani.co.kr
“한국은 중국을 이해하는 데 관심이 없는 것 같다.”

중국 사회비평으로 유명한 칼럼니스트 쉬즈위안(41)은 중국에 대한 한국의 무관심과 몰이해를 지적했다. ‘한국은 1911년 신해혁명 이후의 중국을 잘 알지 못한다’고 운을 떼자 돌아온 답변이었다. 하지만 무관심과 몰이해가 어디 일방적이기만 할까. ‘중국은 한국에 관심이 있냐’고 물었다.

“케이(K)팝에나 관심이 있을까?(웃음) 우리도 한국의 정치 변화나 민주화 같은 데 별로 관심이 없다. 예전엔 그렇지 않았다. 어린 시절엔 나름 한국 정치문화의 영향을 꽤 받았다. 1980년대 한국 대학생들이 화염병 던지며 시위하는 모습이 매일 뉴스에 나왔다. 그때 이름을 알게 된 한국인들이 김대중, 김영삼 같은 민주화운동가들이었다.”

중국 매체들이 1980년대 한국의 반독재 투쟁을 그토록 열심히 소개한 배경엔 냉전 시기 체제경쟁을 반영한 정치적 목적이 있었을 수 있다. 그럼, 같은 중국 매체들이 생중계하다시피 다룬 지난해 가을 ‘최순실 사태’부터 올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까지의 과정은 어떤 느낌이었을까.

“한국도 ‘미성숙한 국가’다. 박근혜는 과거의 유산 속에서 그 아버지 시절의 권위주의로 돌아가려 했던 일시적인 작은 역류였던 것 같다. 지금은 정상으로 돌아온 것을 보며, 거리에 나선 한국인들에게 다시금 좋은 인상을 갖게 됐다.”

쉬즈위안이 10여년 전 집필해 2010년 대만에서 낸 <미성숙한 국가>는 지난달 한국어판이 출간됐다(이봄에 동선동 펴냄). 대만 인터넷서점에서 이 책을 찾아보면, “중국이 왜 여전히 취약한지를 알고 싶다면, 가시덤불을 헤치듯 어려움을 이겨내온 100년 변혁의 길을 먼저 알아야 한다”는 소개글이 눈에 띈다. 1894년 ‘갑오전쟁’(청일전쟁의 중국식 표현)부터 2000년대 중반까지 약 110년의 중국 역사를 다룬 이 책의 소개를 부탁하자, 쉬즈위안은 “현대 중국은 아직 완전히 형성되지 않았으며 여전히 변해가고 있다는 내용”이라고 말했다.

중국에선 흔히 ‘100년의 치욕’으로 불리는 이 시기의 역사 속에서, 쉬즈위안은 각 단계에서 중국이 시도해온 변화의 노력과 그 경과를 설명한다. 19세기 후반 중국은 일본보다 해군력이 앞섰을 정도의 여건이었지만, 일본처럼 체제와 가치관을 송두리째 뒤바꾸는 철저한 개혁을 추구한 것이 아니라 전통을 수정·보완해 과거의 영광을 되찾겠다는 태도에서 차이가 빚어졌다.

쑨원은 비록 ‘국부’의 호칭을 얻은 공화주의자였지만, 도덕성과 용기를 갖춘 것 외엔 세력도 권력도 없는 그의 공화정이 큰 성과를 거두기 힘들었다. 마오쩌둥은 프랭클린 루스벨트, 처칠, 레닌, 스탈린과 더불어 20세기 역사를 형성한 거목이었지만, 그들과 동시대에 이름을 떨치지 못한 채 뒤늦게 본격적인 무대에 오른 한계가 있었다. 결국 짙은 장막에 가려지고 만 그의 인생 후반부는 정확한 파악마저 힘들다.

특히 이 책이 후반부에서 이 시대의 중국과 중국인, 그리고 중국공산당에 내린 평가는 중국의 미래에 기대를 품게 하기도 한다. “개혁·개방 이래로 중국이 또 한 번의 아주 중요한 전환기에 이르렀다는 사실.” “역사의 어두운 그림자가 없었기 때문에 그들은 이 나라를 더 건강한 상태로 변화시킬 수 있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당의) 변화는 한순간도 중단된 적이 없었다.”

그러나 책을 쓴 지 10여년이 지난 지금, 쉬즈위안의 생각은 바뀌어 있었다.

“그때는 중국이 더 자유롭고, 더 민주적이고, 시장과 법치를 완성시키는 방향으로 간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진전은 더뎠고, 심지어 중단됐다. 정치개혁 중단, 인권 문제, 언론의 자유, 지식재산권의 존중 등 10년 전엔 낙관했던 발전이 지난 4~5년 사이 그렇게 됐다. 중국이 민주와 자유를 갖춘 나라가 되는 변화는 생각보다 오래 걸릴 것 같다.”

쉬즈위안은 다양한 목소리를 접하기 힘든 중국의 언론 환경이 이러한 상황을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상적 사회라면 사람들을 선동하는 매체도 있고, 동시에 새로운 관점으로 균형을 잡아주는 리버럴한 매체들도 있다”며 “그러나 오늘날 중국은 정치적 개방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한쪽 방향의 극단적 목소리가 지배할 뿐”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지난 10여년 동안 세계 금융위기와 그 회복 국면에서 중국 경제의 성장과 서방의 각종 위기가 ‘권력 이동’을 가져오면서, 여전히 ‘미성숙’한 중국이 새로운 성공 신화를 구가하는 현실도 쉬즈위안은 조심스레 지켜보고 있었다. “역량이 저평가됐던 중국이 ‘중심의 나라’로 돌아오는 것은 많은 중국인들에게 자부심이지만, 자유롭고 개방적인 사회이념을 가진 개인이라면 압박을 느낄 수밖에 없는 ‘중국 모델’은 모순됐다. 예전엔 오래가지 못할 것으로 봤지만, 앞으로 당분간은 지속될 것이다. 책을 쓸 때는 영국, 유럽을 ‘성숙한 국가’라고 생각했는데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등 큰 실수로 혼란을 불러오는 것을 보며, 이젠 그 판단도 쉽지 않은 것 같다.”

그렇다면 중국이 ‘성숙한 국가’가 되어 다른 나라, 특히 주변국의 존경을 받는 날은 올 수 있을까? “진정한 존경은 어렵지 않을까. 그러려면 주변국과 서로 인정하고 평등하게 대하는 것이 필요한데, 이는 중국이 익숙한 환경이 아니다. 조공 체제에서 보듯 중국은 자신을 중심으로 구성되는 위계질서에 익숙하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 같은 국제 체제 자체가 중국엔 큰 도전이다. 특히 동아시아에서 더욱 그렇다. 하지만 우리의 최종적 성취는 그 안에 사는 사람들의 정신세계가 얼마나 완전한가 하는 것으로 평가될 것이다.”

베이징/글·사진 김외현 특파원 oscar@hani.co.kr

쉬즈위안은…

1976년 장쑤성 출생

베이징대 졸업

서점 ‘단샹제’ 창업(이후 ‘단샹공간’으로 개칭)

중국 <경제관찰보> 주필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 중문판, <파이낸셜 타임스> 중문판, <아주주간> 등에 칼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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