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노동 환경 고발을 위해 위장취업 중이던 활동가 3명이 지난 주말부터 연락이 끊긴 상태라고 <뉴욕타임스> 등 미국 언론들이 30일 보도했다.
뉴욕에 근거를 둔 노동 인권 단체 ‘차이나 레이버 워치’는 소속 활동가인 화하이펑과 쑤헝, 리자오 등이 27일 이후 연락이 닿지 않고 있다고 30일 밝혔다. 특히 화하이펑은 그동안 취업했던 세계 최대 규모의 여성 신발 제조사인 화젠인터내셔널의 광둥성 둥관 공장을 그만두고 25일 홍콩으로 이동해 일부 언론과 접촉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중국 당국은 그의 출경을 금지시켰다. 중국 공안은 위장 취업 사실을 알고 있다며 출석해 조사를 받으라고 요구했다. 조사 뒤 그는 인근 간저우로 피신했으나 연락이 끊겼다. 화하이펑의 아내 덩구이몐은 30일 낮 장시성 공안 당국이 전화를 걸어와 남편의 구금 상황을 알렸다고 전했다.
여러 정황상 연락이 끊어진 나머지 활동가 2명도 구금됐을 가능성이 커보인다. 화하이펑은 화젠인터내셔널의 둥관 공장에, 쑤헝은 간저우 공장에 취업해 있었다. 다른 위장취업자 리자오는 둥관 공장 근무 사흘째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다가 발각돼 해고된 뒤 간저우에 머물고 있었다.
17년 전 설립된 ‘차이나 레이버 워치’는 삼성과 애플 등 세계적 기업의 중국 내 생산활동을 감시해왔지만, 활동가들이 구금당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에 ‘사라진 활동가’들은 화젠인터내셔널 공장의 장시간 노동 현황을 조사중이었다.
중국 공안 쪽은 “불법 정탐”을 이유로 들고 있지만, 차이나 레이버 워치 쪽은 활동가들이 별다른 ‘정탐 장비’를 소유하고 있지 않았다고 반박한다. 이 단체의 리창 국장은 “공안은 아무 이유나 찾고 있을 뿐”이라며, 활동가들이 휴대전화를 갖고 있었던 것만으로 ‘정탐’ 혐의를 뒤집어썼다고 주장했다.
이번 사건이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이들이 취업한 곳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딸 이방카의 이름을 딴 브랜드의 공장이기 때문이다. 차이나 레이버 워치 쪽은 트럼프 일가의 이익 활동에 대한 조사였기 때문에 중국 당국이 나섰다는 추측을 내놓는다. 중국 당국이 트럼프 일가의 사업에 상당히 유화적 태도를 보이고 있는 만큼, 이방카의 사업에도 ‘도움’을 줬다는 시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까지 중국에서 자신의 이름으로 된 상표권을 대거 승인받았다. 중국에선 그의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보좌관 일가의 부동산 투자 설명회도 열린 바 있다.
베이징/김외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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