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핵심 대외전략인 ‘일대일로’(신실크로드) 구상과 관련한 정상회의가 14~15일 중국 베이징에서 개최된다.
‘일대일로 국제협력 정상회의’ 준비위원회를 이끌고 있는 리바오둥 중국 외교부 부부장은 11일 <중앙텔레비전>(CCTV) 인터뷰에서, 이번 회의에 29개국 정상급 인사들과 130개국 대표단, 그리고 70여개의 국제기구 지도자들이 참석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130개국 이상의 대표단을 베이징에 불러 모아 중국이 주도하는 새로운 유라시아 질서를 구체화하고, 중국의 힘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대규모 외교 행사를 펼칠 것으로 보인다.
참가국들은 대다수가 유라시아대륙의 동서남북을 잇는 육상 실크로드인 ‘일대’(一帶)와 인도양을 건너 아프리카까지 이어지는 해상 실크로드인 ‘일로’(一路)의 주변국들로, 중국은 이들을 ‘연선국가’로 부른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쩐다이꽝 베트남 국가주석 등은 물론, 주요 7개국(G7)에서 유일하게 참석하는 파올로 젠틸로니 이탈리아 총리도 눈에 띈다. 서방에서는 중국 주도로 유라시아 경제 통합을 강화하는 ‘일대일로’ 구상 자체를 중국의 위협적인 경제적·지정학적 영향력 확대 전략으로 보는 시각이 존재한다.
북한에선 김영재 대외경제상이 참석할 것으로 알려져, 잇따른 북 핵·미사일 실험으로 긴장이 고조된 북-중 관계가 전환점을 맞을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한국은 국내에서 별도의 대표단이 꾸려지지 않는다면 김장수 주중대사가 참석할 것으로 보인다. 새 정부가 특사를 파견할 가능성도 거론되지만 확정된 바는 없다. 일본은 자민당의 니카이 도시히로 간사장이 참석한다.
이번 회의는 중국이 주도하는 국제회의라는 의미가 크다. 중국은 2014년 베이징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2016년 항저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등을 개최했지만, 기존 회의체의 개최지를 유치한 것들이었다. 중국 당국은 이번 회의를 올해 외교 행사 가운데 으뜸으로 꼽고 있다.
베이징 근교 휴양지 옌치에서 열리는 이 포럼은 14일 개막식과 분과토론, 15일 정상 원탁토론과 폐막식 등으로 구성된다. 마지막에는 공동성명도 채택할 계획이다.
관심을 끄는 것은 시 주석의 개막연설과 공동성명의 내용이다. ‘일대일로 구상’이 기본적으로 아시아, 유럽, 아프리카 65개국 지역의 물류 유통을 원활히 한다는 인프라 건설 사업인 만큼, 시 주석이 올 초 세계경제포럼(다보스포럼)에서 강조한 자유무역과 세계화의 중요성을 재차 호소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일대일로 관련 재원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진리췬 총재와 진치 실크로드기금 의장의 행보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회의가 정례화될지도 관심거리다.
이번 회의를 앞두고 대기오염 해결 등을 위한 중국 당국의 별다른 조처가 없다는 점도 눈에 띈다. 일각에서는 대대적인 교통 통제 등을 실시했던 아펙(11월)과 주요 20개국 회의(9월) 때와 달리 스모그가 심하지 않은 시기이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베이징/김외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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