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신베이시 푸런대학에 있던 장제스 동상이 지난달 29일 완전히 철거됐다고 현지 언론들이 보도했다. <자유시보> 갈무리
대만에서 최근 장제스 전 총통 동상이 잇따라 머리, 다리가 잘려나가는 등 수모를 당하고 있다. 2·28사건과 중국과의 관계 등을 둘러싼 대만 사회의 역사 인식과 분열이 ‘동상 참수’의 정치로 표출되고 있다.
2015년 2월 푸런대학의 장제스 동상에 학생들이 2·28사건 68주년을 앞두고 삼베로 된 상주 복장을 입혔다. 동상에 붙은 팻말에는 ‘국민당은 사죄하라', ‘죽은 영혼들에게 참회하라'고 썼다.
대만 신베이의 푸런대학은 지난달 29일 교정에 있던 장제스 동상을 완전히 철거했다고 <자유시보> 등 대만 언론들이 보도했다. 국공내전에서 패퇴한 국민당군이 대만으로 와 대만 주민들을 집단학살한 2·28 사건 70주년이었던 지난 2월28일 이 학교 학생 등 10여명이 동상의 왼쪽 발을 절단기로 잘라낸 지 2달 만에 나온 철거 결정이다. 학생들은 ‘정의 실현’이라며 환영하는 분위기다.
학교 쪽은 ‘보수작업’을 철거 사유로 들었지만, 보수 작업을 마친 뒤에는 장제스·장징궈 부자를 기리는 공원에 보내기로 했다. <자유시보>는 파손과 복구가 반복됐던 최근 몇 년 동안의 ‘악순환’을 끊어낸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 동상은 여러 차례 학생들의 시위 대상이 돼왔다. 2015년 2·28 사건 68주년엔 동상에 삼베로 된 상주 옷을 입혀 사건 희생자들을 애도했고, 지난해 69주년엔 ‘피를 빨아먹는’ 모기 형상으로 분장시켰다.
대만에서 장제스 기념상이 수난을 당하는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2003년 3월 국립중앙대학에서 동상 머리 부분이 잘려나간 사건이 있었고, 2015년 2월 지룽시 한 공원의 동상 머리 부분이 사라진 것을 필두로 붉은 페인트나 오물을 붓는 등 여러 훼손 사건이 발생했다.
다만 지난 3월 신베이에서 한 남성이 동상 머리를 베어내며 “정의 실현은 아직 결과를 보지 못했다. 매일매일이 2·28”이라고 외친 사건에 이어, 급진 독립 세력인 ‘대만건국공정대’가 3~4월 타이베이에서 3차례의 ‘동상 참수’를 감행하는 등 최근 들어 동상 훼손이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달 16일 대만 타이난시에서 일본 건축가 핫타 요이치의 동상이 머리가 잘려나간 채 발견됐다. 중화통일촉진당 소속 리청룽 전 타이베이 시의원 소행으로 밝혀졌다. <중앙통신> 갈무리
특히 대만건국공정대는 지난달 22일 3번째 ‘참수’를 하면서 일본인 핫타 요이치 동상 훼손에 대한 보복이라고 밝혀, 일본과 중국에 대한 평가를 두고 첨예하게 분열된 대만 사회의 갈등을 여실히 드러냈다. 핫타는 일제 식민통치 시기에 대만 우산터우 댐 건설을 주도했으며, 대만-일본 우호의 상징적 인물로 꼽힌다. 지난달 16일 머리가 잘려나간 채 발견된 핫타 동상 사건은, 경찰 조사 결과 대만-중국 통일을 주장하는 중화통일촉진당 소속 리청룽 전 타이베이 시의원의 소행으로 밝혀졌다.
베이징/김외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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