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중국 장쑤성 양저우 톈닝쓰에 전시된 청대 사고전서 모습. <인민일보> 갈무리
중국이 학자 2만명을 동원해 대규모 온라인 백과사전을 편찬해 내년에 선보일 예정이라고 홍콩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가 1일 보도했다.
2011년 중국 국무원(행정부)의 비준을 받아 최근 본격 가동된 것으로 알려진 온라인 백과사전 간행 작업은, 약 100개 분야 대학·연구소 연구자들이 필진으로 참여해 표제어 30만개 이상을 각각 약 1천자 분량으로 설명하게 된다. 청나라 건륭제 때 당시까지 나온 주요 도서를 모두 모아 정리한 <사고전서>를 방불케 하는 대규모 편찬 사업이다. 이 사전은 1993년 처음 나온 <중국대백과전서>의 3판 형태인데, 분량 면에선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의 2배에 이르고 중국어판 위키피디아와 비슷한 규모가 될 전망이다.
온라인 형태이긴 하지만 ‘집단 지성’의 자유로운 선순환으로 지식의 체계를 구성하는 위키피디아 형태가 아니라 권위 있는 전문 필진이 작성을 맡는 형식이다. 이번 사업의 총편집장을 맡은 양무즈 중국서간발행업협회 회장은 지난해 말 신문 기고에서 “독자들은 (위키피디아를) 권위 있고 정확하다고 여긴다. ‘누구나 편집할 수 있는 자유로운 백과사전’이라는 대목은 꽤 황홀하다”면서도 “그러나 우리는 세계 최대 규모의, 최고 실력을 갖춘 필진이 있다. 우리의 목표는 따라잡는 게 아니라 추월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새 백과사전이 민감한 정치·사회 분야까지 제대로 다룰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중국대백과전서 1판은 상당 부분이 정치적 이유로 삭제 ·왜곡됐다고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는 지적했다. 문화대혁명 때 하방돼 고초를 겪은 지식인들이 현대 지식을 부흥시키고 문명이 다시 퇴보하는 일이 없도록 하자는 염원을 담은 백과사전이었는데도 체제 특성상 한계가 분명했던 셈이다.
위키피디아 중국어판도 중국에서 과학·기술 분야 표제어는 문제없이 조회되지만 ‘달라이 라마’, ‘시진핑’ 등 상당수 정치 분야 표제어는 접속이 되지 않는다. 새 백과사전 편찬에 필진으로 참여하게 된 재미 중국 역사학자 황안녠은 “경제 세계화, 정치 민주주의, 문화 다양성 등이 강조돼야 한다”고 말했다.
베이징/김외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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