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북한의 추가 핵실험과 미국의 타격 등이 거론되면서 한반도 긴장 상황이 고조되는 가운데, 중국이 “전쟁이 발생하면 누구도 승자가 될 수 없다”며 자제를 촉구하고 나섰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14일 오후 중-프랑스 외교장관 회담 뒤 기자들을 만나, “최근 미·한과 조선(북)이 서로를 겨눠 칼을 뽑고 활을 당겨, 폭풍전야의 형세가 됐다”며 “중국은 어떤 형태건 형세 긴장을 고조시키는 말과 행동에 일관되게 반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무력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고 대화만이 유일한 출로라는 것을 역사는 여러 차례 증명했다”며 “한반도 문제는 누구의 말이 더 흉악한지 누구의 주먹이 더 큰지로 (해결)되는 것이 아니어서, 일단 정말로 전쟁이 발생하면, 누구도 승자가 될 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왕 부장은 북한의 추가 핵실험과 미국의 타격설이 거론된 것을 의식한 듯, “중국은 각국에 호소한다. 말이 됐건 행동이 됐건 서로를 더 이상 자극하지 말고, 사태를 만회할 수 없고 수습할 수 없는 지경까지 몰고가지 말라”며 “(한)반도에 전쟁과 혼란을 초래한 것이 누가 됐건, 역사의 책임을 져야 할 것이며 응당하는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왕 부장은 중국이 추진하는 ‘쌍중단’(북의 핵·미사일 실험 중단, 한·미의 대규모 군사훈련 중단)과 ‘쌍궤병행’(비핵화·평화체제 전환) 등 대화와 협상을 통한 해결과 관련한 후속 제안이 나올 가능성도 시사했다. 그는 “중국은 이를 한층 세부화해서 적절한 시기에 운영 방안을 제시할 것”이라며 “동시에 중국은 개방적 태도로 각국이 노력하는 건의를 수용하겠다. 대화만 한다면, 공식이건, 비공식이건, 양자건, 3자건, 4자건, 중국은 모두 지지를 보낼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들어 중국 정부는 각국에 자제를 호소하는 신호를 연일 발신하고 있다. 이날 겅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한)반도 정세가 복잡하고 민감하므로, 우리는 각국에 모두 냉정과 자제를 촉구한다. (한)반도 형세 긴장을 고조시킬 수 있는 행동을 해선 안 된다. 이런 행동은 무책임하고 위험한 일”이라고 말했다. 앞서 13일 왕이 부장은 한반도 긴장 상황과 관련해, “부채질하거나 불을 붙여선 안된다. 이 문제에서 불난 데 기름을 부어선 안 된다”면서 “중국은 (한)반도에 혼란이 생기는 것도 전쟁이 발발하는 것도 반대한다. 이는 미·일·한을 포함한 역내 각국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도전 속에 기회가 있고, 긴장 속에 대화복귀의 기회가 있다”고 단서를 달았다.

베이징/김외현 특파원 oscar@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