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중국 때리기’에 제동 필요성
미국보다는 중국이 조기 개최 원하는 쪽
투자 약속으로 경제·무역 갈등 진정 시도
사드·북핵·미사일 문제는 타협 가능성 의문
미국보다는 중국이 조기 개최 원하는 쪽
투자 약속으로 경제·무역 갈등 진정 시도
사드·북핵·미사일 문제는 타협 가능성 의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처음으로 마주 앉는 6~7일(현지시각)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중국 쪽에선 의외로 기대하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24시간 남짓 진행되는 회담과 만찬, 대화에서 북핵과 사드, 무역, 남중국해, ‘하나의 중국’ 등 예민한 쟁점을 놓고 협상을 벌이겠지만,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보다 중국의 영향력 지분 확보가 쉬울 수 있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정상회담은 중국 쪽이 적극적으로 추진했다. 양제츠 외교담당 국무위원과 추이톈카이 주미대사 등 중국 쪽 핵심인물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인 제러드 쿠슈너와 접촉해 회담을 성사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오히려 미국쪽에선 “정상회담은 너무 이르다”는 반응이 나왔을 정도다.
중국이 이처럼 정상회담을 서두른 데는, 표면적으로는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유세 기간 보였던 ‘중국 때리기’에 제동을 걸려는 목적이 있어 보인다. 무역, 대만, 북핵 문제를 잇따라 들고 나오면서 중국을 압박한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에겐 줄곧 예측불가의 ‘위기 요인’이었다. ‘대립 아닌 협력’이란 이미지를 위해, 정상회담 기간 동안 두 지도자의 산책 등 다정한 장면 연출에 관심이 많은 것도 중국 쪽이다.
중국 국내 정치적 요인으로 보면, 올 가을 당 대회에서 주요 지도부가 교체되고 차기 지도부를 구성하는 초대형 정치 행사를 앞두고 있다. 이에 앞서, 미-중 관계를 최대한 일찍 안정시킬 필요가 있다. 또한 당 대회에서 시 주석의 외교적 치적을 알리고, 통치력을 더욱 공고히하기 위한 소재로도 중요하다.
이런 연장선에서 중국이 이번 정상회담에서 무엇보다 공을 들이는 것은 양대 강국(G2) 중심의 세계 질서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더 확보하는 것이다. 중국 소식통은 5일 “중국은 공동성명에 ‘미-중 파트너관계’를 명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제력에 걸맞는 국제적 지위와 지분을 인정해달라는 요구다.
이와 관련해 중국이 이번 정상회담을 앞두고 ‘불충돌, 불대항, 상호존중, 협력 윈-윈’ 등 이른바 ‘14자 원칙’을 포함시킨 공동성명 초안을 미국에 전달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가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는 2012년 이래 시진핑 주석이 줄곧 강조해온, 미중 양국이 상호 핵심이익을 존중하자는 ‘신형대국관계’의 원칙이지만, 전임 오바마 미 행정부는 이에 대한 확답을 거부했다. 남중국해, 티베트, 대만 등 중국이 주장하는 ‘핵심이익’에서 미국이 물러서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행정부 들어 지난달 중국을 방문한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은 공동기자회견 등에서 직접 ‘14자 원칙’을 언급했다. 중국은 환호했지만, 미국 내 역풍도 만만치 않다. 틸러슨 장관이 중국 쪽 용어를 사용함으로써, 중국에 말려들어갔다는 전문가들의 비판이 많았다. 이에 따라 이번 정상회담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파트너 관계’나 ‘16자 원칙’을 어느 정도 수위까지 수용할지가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미국의 양보를 얻어내기 위한 중국의 ‘무기’는 경제·무역 분야이다. <시엔엔>은 중국의 대미 투자 발표, 대규모 미국산 물품 구매, 제조공장 투자 약속 등이 트럼프를 유혹할 수 있다고 짚었다. 중국 상무부는 앞서 캘리포니아·텍사스·아이오와 등 미국 주정부와 25억달러(약 2조8000억원) 규모의 투자협의를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도 이번 정상회담을 앞두고 중국이 고대하던 시장경제 지위 부여를 검토하겠다는 내용을 공개했다.
또한, 미국은 틸러슨 국무장관이라는 공식 채널보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인 ‘쿠슈너 채널’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친인척에 약한 트럼프 대통령의 약점을 공략하는 동시에, 트럼프 행정부의 중국 정책 담당자 진용이 완전히 갖춰지기 전에 사적 채널을 치고들어가 판을 짜놓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돤다.
베이징/김외현 특파원 oscar@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