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03년 <중앙텔레비전>의 시사프로그램 '동방시공'에 나와 문화대혁명 시기 자신의 '하방' 생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 인터뷰는 최근 이 방송이 방영한 연작 다큐프로그램 '초심'에 다시 등장했다. <중앙텔레비전> 갈무리
“비 오면 동굴 안에서 그들과 풀을 썰고, 저녁엔 가축들을 돌봤다. 그리고 양에게 풀을 먹이러 갔다. 무슨 일이든 했다. 그때 나는 밀 200근을 짊어지고 어깨도 바꾸지 않으면서 10리 산길을 가곤 했다.”
중국 관영 <중앙텔레비전>(CCTV)이 방영한 시진핑 국가주석의 고생스런 회고담이 논란이 되고 있다. ‘200근(100㎏)을 짊어진 10리(5㎞) 산행’은 다소 비현실적인 만큼, 관영방송이 앞장서서 시 주석의 우상화·신격화에 나선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 발언은 시 주석 본인이 2003년 이 방송사 프로그램인 ‘동방시공’에서 한 말로, 문화대혁명 시기 하방 조처로 산시성 옌촨의 산골 마을 량자허촌에서 지내던 시기를 묘사한 내용이었다. 지난 19일부터 이 방송사는 이를 포함한 시 주석의 과거 발언과 관련 자료 및 관계자들의 회고담 등을 모아 그의 하방 시기를 다루는 짧은 다큐멘터리 연작 ‘초심’을 방영하고 있다. 프로그램의 제목 ‘초심’은 지난해 시 주석이 중국공산당 95주년 기념식 연설에서 “초심을 잊지말고 계속 전진하자”며 10차례나 언급한 단어이기도 하다. 개혁·개방의 부산물인 사회 양극화 등을 사회주의적 가치로 극복하자는 메시지라는 분석도 나온다.
"200근(100㎏)을 짊어지고 10리(5㎞) 산길을 걸었다"는 시진핑 주석의 회고담을 풍자한 만평. 오스트레일리아에 거주하는 중국 만화가 바듀차오(필명)의 작품으로, '훙얼다이'(혁명 원로 2세대)인 시 주석이 직접 고행을 한 게 아니라 여전히 인민을 착취했기에 가능했을 것이란 의미가 담겼다. 트위터 갈무리
하지만 중국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시 주석의 ‘고행’이 지나치게 과장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고 <국제라디오프랑스> 중문판이 25일 보도했다. 누리꾼들은 “나귀도 그랬다간 반죽음이 됐을 것”, “농민들이 그러는 걸 보지 못했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중국 인민해방군 기관지 <해방군보>가 1966년 7월25일 마오쩌둥 당시 주석이 창장에서 수영을 했다는 소식을 1면에 실었다.
이는 과거 마오쩌둥 시기를 떠올리게 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1966년 7월 당 기관지 <인민일보> 등은 당시 73살이던 마오가 창장(양쯔강)에서 유속이 가장 빠른 구간 15㎞를 65분만에 수영했다고 전한 바 있다. 초당 3.8m의 이 같은 속도는 1500m 자유형 세계 기록 보유자인 중국 수영선수 쑨양(초당 1.7m)보다 2배 이상 빠른 것이다. 중국에서 최고권력자에 대한 신격화는 문화대혁명 시기 이후 중단됐으나, 시 주석 시기 들어서는 마오 때처럼 ‘시진핑 배지’가 등장하기도 했다. 올해 가을 열리는 19차 당대회에서는 ‘시진핑 사상’이란 용어가 당장(당헌)에 등장해, 시 주석이 자신의 이름이 들어간 지도이념을 갖는 3번째 지도자가 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베이징/김외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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