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중국 반환’ 20주년을 맞는 홍콩의 현주소를 가늠하게 할 행정장관(특별행정구 수반) 선거가 오는 26일 실시된다. 현 정부의 고위직을 역임한 두 사람 가운데 한 사람의 당선이 유력시되는 가운데, 중국 당국의 개입과 범민주파의 영향력이 관건이다.
22일 선거 전 최종 여론조사 결과를 전한 홍콩 <명보>를 보면, 금융·재정 전문가로 지난 10년간 재정사장을 역임한 존 창 후보가 52.8%로, 2위 캐리 람 후보(32.1%)를 20%포인트 이상 따돌렸다. 창 후보는 지난해 10월 조사를 시작한 이래 단 한번도 1위를 내준 적이 없다. 후보 개인에 대한 찬성 또는 반대를 묻는 질문에서도, 창 후보는 찬성 71%로 단연 1위다. 람 후보(39.6%)는 물론, 판사 출신으로 존재감이 미미한 3위 우歸힝 후보(35.7%)는 넘보지 못할 수준이다. 심지어 람 후보는 반대 비율이 47.1%에 이르러 반감이 크다.
그럼에도 당선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것은 람 후보다. 렁춘잉 현 행정장관의 2인자 격인 정무사장을 역임한 그는, 지난 1일 마감한 선거위원 추천에서 580명을 확보했다. 당선을 위해 필요한 과반(601명)에서 단지 21명이 모자랐던 만큼, 우 후보(180명)나 창 후보(165명)와는 차이가 컸다. 1월8일 일찌감치 람 후보 지지를 선언한 중화총상회(CGCCHK)를 필두로, 경제민생연맹(BPA)과 민주건항협진연맹(DAB) 등 ‘친중’ 정당들도 선봉에 섰다. 정치자문기구인 향의국과 인민정협도 람 지지에 가세했다.
26일 본선거는 홍콩 주민들의 직접투표가 아닌 선거위원회의 간접투표로 치러진다.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각계의 대표자들로 1200명 정원(현재는 1194명)의 선거위원회는 친중 성향의 정치인, 기업인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어, 중국의 낙점을 받은 후보가 당선되기 쉬운 구조다. 람 후보는 중국 최고지도부인 장더장 정치국 상무위원이 직접 ‘지원’을 거론했다는 얘기가 나오는 반면, 창 후보는 선거에 출마하지 말라는 중국 당국의 ‘경고’를 10번 이상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중국 당국의 은밀한 개입도 순탄하지만은 않다. 지난 1월엔 중국 당국이 파견한 홍콩연락판공실(중련판)이 ‘친중’ 성향 매체 편집 부문의 고위 관계자들을 모아 람 후보를 띄우는 보도의 점진적 강화를 주문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그러나 이들 가운데 <성보> 등 일부는 “중국공산당 당내 권력투쟁에 이용되고 있다”며 되레 중련판을 비판하는 보도를 쏟아냈다. 이 매체는 지난해 여름 홍콩을 관할하는 최고위 인사인 장더장 상무위원의 부패 의혹을 집중 제기하기도 했다. 이를 장쩌민계로 분류되는 장 상무위원과 시진핑 국가주석 세력의 갈등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람 후보의 당선이 안정적이란 관측이 나오지만, 창 후보에게 기회가 없는 것은 아니다. 지난 1일까지 후보 추천이 공개적으로 이뤄졌지만, 26일 선거위원 투표는 무기명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추천 조직’에서 이탈표가 나올 수 있다. 창 후보는 시 주석과의 인연을 강조하기도 한다.
또 지난해 범민주파 인사 325명이 꾸린 ‘300+’(선거위원 300표 이상을 목표로 한다는 뜻)는 창 후보와 우 후보 가운데 유력한 후보에게 ‘몰표’를 선언한 상태다.
창 후보가 당선되면 ‘반환 20년’ 홍콩의 불안감과 ‘반중 정서’를 반영한 것으로 볼 수도 있지만, 창 후보 또한 2014년 ‘우산시위’ 당시 중국 당국의 간접선거 방침(831 결정)을 지지했던 ‘친중파’라는 한계도 있다.
베이징/김외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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