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중국 베이징 주중북한대사관 정문(왼쪽) 앞에 기자들이 모여든 가운데, 기자회견 초청대상으로 호명된 기자가 입장하고 있다. 베이징/김외현 특파원
북한이 이례적으로 중국의 외신 매체를 상대로 기자회견을 실시해 한·미 연합군사훈련의 부당성과 핵개발의 정당성을 주장하고 나섰다.
주중북한대사관은 16일 오후 베이징에 주재하는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영국 등 주요매체 10여곳을 초청해 대사관 안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25분 가량 진행된 이날 기자회견에서 주중대사관의 박명호 공사는 한·미 연합훈련인 키리졸브 및 독수리 훈련을 가리켜 “(북한을) 핵무기로 선제타격하기 위한 적대세력들의 합동군사연습”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지난달 발사한 북극성 2호 등 북한이 취하는 군사력 강화가 “자위적 대응조치”이며 “항시적이며 일상적인 것으로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지난주 왕이 중국 외교부장의 ‘쌍중단’(북한의 핵·미사일 중단 및 한·미의 대규모 훈련 중단) 제안에 대해서도, “중국이 제안을 내놓기 바쁘게 미국은 그날 바로 거부했다”고 비난했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 체계 한국 배치에 대해서는 “목적은 우리뿐 아니라, 중국과 러시아를 견제하는 데 있다”고 말했다. ‘사드 대응’을 중국, 러시아와 연대하려는 움직임으로 보인다.
박 공사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와 관련해 ‘미국 등 다른 나라들의 핵·미사일 실험은 왜 문제시하거나 제재하지 않느냐’고 따지는 등 북한의 기존 입장을 반복했다. 김정남 피살 사건에 대해서도, “미국과 남조선 당국의 비열하고 위험천만한 정치적 음모”라며 북한 연루 가능성을 부인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주중북한대사관 쪽이 특정 매체들을 상대로 먼저 직접 연락했다. 대사관 공지에는 ‘제한된 기자회견이니 다른 곳에 알리지 말라’는 내용도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초청은 받지 못했으나, 소식을 접하고 대사관에 몰려든 기자들 50여명은 북한의 거부로 대사관에 들어가지 못했다. 한국 매체는 단 한 곳도 초청하지 않았다.
주중북한대사관이 외국 매체들을 상대로 기자회견을 하는 건 흔치않은 일이다. 그러나 지난 13일 뉴욕 유엔본부에서도 북한대표부 김인룡 차석대사가 기자회견을 하고, 지난달 말에는 리동일 전 유엔 북한대표부 차석대사가 말레이시아 현지에서 전세계 언론들을 상대하는 등 최근 들어 북한의 매체 접촉이 빈번해지는 모양새다.
베이징/김외현 특파원
oscar@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