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마르크스의 고향 독일 트리어에서 중국이 탄생 200주년을 기념해 선물한 동상과 같은 크기의 목조 모형이 시내 광장에 세워졌다. 폭스프로인트(현지매체) 갈무리
내년 칼 마르크스 탄생 200주년을 맞아 중국이 그의 독일 고향마을에 선물하기로 한 마르크스 동상이 현지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고 홍콩 <명보>가 9일 보도했다.
중국 정부는 마르크스(1818~1883)의 고향이자 독일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 가운데 하나인 트리어에 유명 건축가 우웨이산 중국미술관 관장이 설계한 6.3m 높이의 동상을 선물했다. 내년 탄생 200주년을 기념해 보낸 선물에, 트리어 시 당국은 반색하며 받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아 사달이 났다. 시민들이 ‘정치적 의도가 농후하다’, ‘사회주의 색채가 지나치다’는 불만을 보인 것이다.
지난 3일 <도이치벨레> 보도를 보면, 트리어 시장은 “우 관장이 선물을 보내왔을 때 우리는 몹시 흥분했다. 마르크스에 대한 많은 선입견을 주고 있는 전형적 스탈린주의와는 무관한 것”이라고 말했다. <명보>는 현지 언론을 인용해, 중국은 몇년 전 프리드리히 엥겔스의 고향 부퍼탈에도 동상을 보낸 적이 있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논란이 이어지자, 지난 6일 트리어 시 당국은 실제 동상과 같은 크기의 목조 모형을 만들어 시내 광장에 세웠다. 실제 크기를 보고 판단하도록 제안한 것이다. 그러자 “생각했던 것만큼 크지 않다”, “사회주의권에서 왔다는 압박감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등 시민들의 생각이 바뀌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일각에서는 실제 동상 아래 1.4m 높이의 받침대라도 없애자는 지적도 있지만, 마르크스가 평생 살았던 5곳을 상징하는 오각형이어서 없앨 수 없다는 반론도 나온다.
트리어는 독일을 방문하는 중국 관광객들이 마르크스의 흔적을 찾아 일부러 찾아오는 곳이라고 <도이치벨레>가 전했다. 트리어 시 의회는 오는 13일 동상의 위치를 결정할 예정이다.
베이징/김외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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