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한인들 “해코지당할지 몰라”
자물쇠 더 달고 술자리 등 외식 줄여
한인단체 수십곳은 불시점검 받아
한국 식당 예약 줄줄이 취소되기도
롯데마트 4곳 영업정지…추가 가능성
자물쇠 더 달고 술자리 등 외식 줄여
한인단체 수십곳은 불시점검 받아
한국 식당 예약 줄줄이 취소되기도
롯데마트 4곳 영업정지…추가 가능성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 체계 부지 제공 확정 뒤 중국 사회가 이른바 ‘사드 보복’에 나서면서 중국 내 한인 사회에 불안감이 퍼지고 있다.
베이징의 한인 밀집지역 왕징에 사는 주재원 ㅂ아무개(39)씨는 최근 아파트 현관문에 자물쇠를 하나 더 달았다. 그는 “2012년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국유화 사태 때 일본 사람들에 대한 무차별적 폭행 사건도 있었던 것으로 안다”며 “무슨 일이 벌어질 것 같은 불안감이 자꾸 들어 잠금장치를 추가했다”고 말했다. 서비스업종인 중국 기업에 근무하는 한인 ㅂ아무개(48)씨는 “요즘 한국 사람들끼리 만나면 술자리도 자제하고 ‘서로 조심하자, 한국인 티내지 말고 살자’는 이야기를 나눈다”며 “무슨 해코지를 당할지 모른다는 인식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업무차 한국 기업들을 만나보면, 중국인 소비자를 직접 상대하는 업종은 불매운동이라도 벌일까봐 불안해하고, 그렇지 않은 업종들도 갑작스레 세무조사라도 당하는 것 아닌가 하고 불안해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왕징에서는 지난주 한인사업체와 한인회 등 한인단체 수십곳이 중국 공안의 불시점검을 받았다.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을 보면, 한국인 직원의 비자를 점검하고, 취업증 및 여권을 대조하는 등의 조사를 했다. 한국 식당의 예약이 줄줄이 취소되기도 했다.
또 중국 내 롯데 점포에 대한 영업정치 조처도 잇따라 내려지고 있다. 롯데마트는 단둥의 완다점과 둥강점, 항저우 샤오산점, 창저우점 등 4개 점포에 대해 현지 당국이 소방법 위반을 이유로 영업정지 처분을 했다고 5일 밝혔다. 중국 현지 매장 110여곳 중 사드 갈등 이후 영업정지가 시작된 건 이번이 처음이지만, 현재 각지의 소방점검이 이어지고 있어 추가 영업정지 가능성도 커 보인다. 황각규 롯데그룹 경영혁신실장 등 임원들은 중국 쪽의 전방위적 압박에 대해 이날 오후 대책회의를 열었다. 롯데그룹은 “해외 직원 6만여명 중 중국 고용 인력이 2만명에 이르는 만큼 현지 직원 정서 안정화에도 최선을 다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 랴오닝성 다야오완 검역국은 지난 4일 수입된 한국 식품들이 생산 날짜와 위생증명서 날짜가 일치하지 않아 기준에 맞지 않는다며 통관시키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소비자의 날인 오는 15일 관영 <중앙텔레비전>(CCTV)에서 방송되는 소비자 고발 프로그램 ‘3·15 완후이’에서도 롯데 제품 또는 한국산 제품이 등장해 ‘불매운동’을 부추길 거란 관측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2011년 금호타이어 사례에서 보듯 이 프로그램에서 거론된 상품은 중국 시장에서 큰 타격을 입어왔다.
베이징/김외현 특파원, 김은형 기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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