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서 정부 차량 대기…중 외교부 “중국이 초청”
김정남 피살, 북한 석탄 수입중단 등 논의 가능성
김정남 피살, 북한 석탄 수입중단 등 논의 가능성
핵·미사일 실험으로 국제사회의 대북 압박이 고조되고 ‘김정남 피살’ 배후로 북한이 지목된 가운데, 북한 정부의 고위관료가 중국을 방문해 그 배경이 주목된다.
겅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8일 정례 브리핑에서 리길성 북한 외무성 부상(차관급)이 중국 정부 초청으로 이날부터 닷새 동안 중국을 방문하며, 리 부상이 중국 외교부의 왕이 부장과 류전민 부부장 등을 만날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 <교도통신>과 <봉황텔레비전> 등은 이날 리 부상이 중국 베이징 서우두공항에 도착해 귀빈실에서 중국 정부 관계자들을 만났으며, 대기하던 중국 정부 차량을 타고 베이징 시내로 향했다고 전했다. 북한 고위관료가 경유가 아닌 목적으로 중국을 방문한 것은 지난해 5~6월 리수용 노동당 부위원장 방문 이후 9개월 만이다.
겅 대변인은 리 부상이 중국 쪽을 만나 “중-조 관계와 공동으로 관심있는 국제 및 지역 문제에 대해 의견을 교환할 것”이라고 밝혔다. 구체적 내용은 알려지지 않고 있지만, 양쪽 외교 채널이 가동된 것으로 보아 북한의 필요에 의한 접촉이란 분석이 나온다. 전통적으로 북-중 관계에서는 정기 교류는 ‘당 대 당’ 채널로 소화하고, 외교 채널은 필요한 쪽에서 상대국을 방문하며 소통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베이징 외교소식통은 “김정남 피살 사건이나 북한산 석탄 수입 전면 중단 등 최근 들어 북한이 중국에 설명하고 싶어하는 사안이 이어졌다”고 짚었다.
이런 면에선 중국의 태도도 주목할 만하다. 중국은 김정남 피살 사건에 대해 “관련 보도를 보고 있다”는 말만 반복할 뿐, 북한에 대한 비판은 자제하며 신중한 태도를 보여왔다. 또 석탄 수입 중단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이행 조처인 만큼 수입 재개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지만, 북한 쪽이 다른 분야에서의 돌파구를 요청할 가능성도 있다.
중국 정부가 리 부상을 초청했다고 밝힌 만큼, 27일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 체계 배치 부지 협상을 마무리지은 한·미에 대한 중국의 경고일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지난해 7월 한·미가 사드 배치를 결정하자, 중국 <환구시보> 등에서는 보복성 조처로 대북 제재 참여를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중국은 사드 배치가 미-중 전략 구도에서 이뤄진 결정이라며, 한·미가 주장하는 ‘북한 위협 대응’이라는 주장을 일축해왔다.
베이징/김외현 특파원 oscar@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