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수도 타이베이의 ‘2·28기념관’ 추모실에 걸려있는 1947년 ‘2·28사건’ 희생자들의 사진. <한겨레> 자료 사진
대만으로 패주한 국민당 군이 현지 주민 2만8000명을 학살했던 ‘2·28사건’ 70주년을 맞아, 중국 정부가 ‘중국 인민해방투쟁의 일부’라며 기념행사를 선언하자 대만 내에서 반발이 일고 있다.
‘친 독립’ 성향 정당인 시대역량의 황궈창 입법의원은 페이스북에 “심지어 중국도 갑자기 2·28사건을 애도하고 기념한다는데, 통전(통일전선)이 아니고서야 달리 해석이 안 된다. 중공(중국공산당)도 마음을 바꿔 정의를 추구하겠다면, 천안문 대학살의 진상규명과 책임 추궁에서 시작하라”고 적었다고 대만 <연합보>가 26일 보도했다. 황 의원의 비판은 중국의 대만 담당 부처인 국무원 대만판공실이 최근 잇따라 내놓은 대만 2·28 사건에 대한 언급을 겨냥하고 있다.
안펑산 국대판 대변인은 지난 22일 2·28 사건을 들어 “대만 동포들이 독재 통치에 항거해 기본권리를 쟁취한 정의로운 행동으로, 중국 인민해방투쟁의 일부분”이라며 “이 사건은 대만 내 독립을 추구하는 분열세력에 의해 이용됐으며, 역사 사실을 왜곡해 사회 대립을 조성했다”고 말했다. 안 대변인은 앞서 지난 8일에는 중국 관련 당국이 70주년을 맞아 일련의 기념활동을 할 수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대만 사회, 특히 현지인(본성인, 명대 이전 거주자)들은 2·28 문제에 중국이 개입하는 것이 불쾌할 수밖에 없다. 사건을 일으킨 당시 국민당 세력은 중국 공산당의 ‘적군’이었지만, 지금의 국민당은 ‘하나의 중국’을 지탱하는 중국 공산당의 파트너이다. 현지인들은 ‘친 독립’ 성향을 보이는 민진당이 지난해 집권 뒤, 사사건건 갈등을 보이고 있는 중국이 별다른 연고도 없이 개입한 것으로 보는 셈이다. 지난 24일 황충옌 대만 총통부 대변인은 “역사는 거울과 같아서 자신에 비추어 반성하고 흥망성쇠를 아는 것인데, 다른 사람에게 들이대 의미를 왜곡하면서 자신도 못 보고 반성은 커녕 한발 나아갈 기회를 허비했다”며 중국을 비판했다.
2·28사건은 1947년 2월 대만 국민당 정부의 담배 암거래상 단속을 계기로 항의가 거세지자 군이 동원돼 유혈진압했던 사건이다. 1995년 희생자 배상 조례가 제정됐지만, 여전히 사회갈등의 씨앗이 되곤 한다. 차이잉원 총통은 지난 23일 “잊지도 피하지도 않겠다”며 철저한 조사와 책임자 규명을 약속했다. 국민당 소속인 마잉주 전 총통은 27일 2·28 평화공원을 찾아 기념비에 참배하며 애도를 표하고, 추가적인 진상이 있다면 반드시 밝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베이징/김외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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