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대표적인 사설경호업체 ‘더웨이그룹'의 누리집.
‘일대일로’ 사업 등 중국 정부가 주도하는 국외 진출이 늘어나고 중국 기업과 중국인들의 국외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중국 사설 경호업체들의 국외 사업도 번창하고 있다.
지난해 사설 경호업체에 고용돼 외국에서 일하는 중국인들이 3200명에 이른다고 <파이낸셜 타임스>가 업계 전문가를 인용해 26일 보도했다. 중국의 유일한 국외 군사활동인 인민해방군의 유엔 활동 참여 규모(2600명)를 훌쩍 뛰어넘는 수치다. 중국은 아직 대단치 않은 규모라고 강조한다. 미국의 유명 사설 경호업체 블랙워터는 10만명을 훈련시켜 2만3500명을 전세계에 배치하고 있는데, 3200명은 그보다 훨씬 적다는 것이다. 그러나 직원들 다수가 전역한 군인 출신이라는 점은 블랙워터와 다르지 않다.
중국의 사설 경호업체는 2010년 합법화됐지만, 당국은 굉장히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미국의 경우 2001년 9·11 테러 이후 15년 동안 이라크·아프가니스탄·파키스탄 등에서 군인 사망자(6860명)보다 사설경호원 사망자(7071명)가 더 많았다며, 이 같은 현상이 중국에 교훈이 됐을 수 있다고 짚었다. 서방 업체들과는 달리, 중국 경호원들은 지금까지도 직접 총을 소지하는 경우가 드물고 대신 총기를 사용할 현지인을 고용한다. 익명을 요청한 한 사설 경호업체 직원은 “중국 정부는 블랙워터를 바라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외거주 중국인이 100만명에 이를 정도로 중국 기업의 국외 진출이 늘면서 이들의 사업은 ‘활황’을 맞이하고 있다. 대표적 업체인 ‘더웨이’는 중국인 직원 352명, 현지 직원 3000명 규모로, 케냐의 나이로비~뭄바사 구간 철도 공사를 맡은 중국도로교량공사(CRBC)나 남수단에 진출한 중국석유화학(CNPC) 등이 주요 고객이다. 지난해 7월엔 남수단 내전의 여파로 중국석화 직원 등 중국 민간인 330명을 빗발치는 총탄 속에서 빼내 케냐 나이로비로 대피시키는 임무를 수행하기도 했다.
중국 당국은 기업들에 ‘국산’ 사용을 압박하기도 한다. 기업들로서는 언어 장벽도 없고 비용도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다. 12명으로 구성된 중국 업체의 팀은 700~1000달러의 비용이 들지만, 이는 미·영계 업체 직원 1명의 비용과 같다.
중국 사설 경호업체도 서방 업체들과 마찬가지로, 외교적 논란이 우려되는 상황을 비켜가는 수단으로 활용된다. 가령, 해적 사건에서 해군은 경고사격만 가능하지만, 사설업체 직원들은 자위적 수단으로서 ‘살상’도 계약상 허용된다. 그러나 중국 업체들은 사실상 당국의 휘하에 있지 않느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고객사들이 대부분 중국 국유 기업이어서 당국의 영향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베이징/김외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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