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 체계 배치 부지를 국방부에 제공할 예정인 롯데에, 중국 매체가 ‘중국을 멀리 떠나라’면서 사실상 전사회적인 불매운동 필요성을 주장하고 나섰다.
중국 <환구시보>는 21일 사설에서 “롯데의 결정을 바꿀 수는 없지만, 중국사회는 사드 배치 지지의 대가를 치르도록 해야 한다는 결심도 굳건하다”며 “이렇게 직접적으로 사드 배치를 위해 온힘을 다하고, 중국의 이익에 손해를 준 기업은 반드시 중국에서 멀리 떠나야 한다”며 “세계는 매우 크다, 다른 지역에 가서 상점을 많이 열고 그들과 좋은 날을 보내는데 우리는 전혀 질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중국을 떠나도 롯데는 아마 여전히 살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사드 배치를 지지하기로 굳게 선택하기만 하면 베이징의 태도가 어떻든 그 일(배치)을 할 수도 있다”고 롯데를 비아냥대기도 했다.
사설은 “한국의 사드 배치 결정을 바꾸는 데 성공할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것을 우리는 알지만, 그렇다고 중-한 경제협력 수준을 큰폭으로 낮춰야 한다는 우리의 태도에는 영향을 주지 못한다”며 롯데 이외 추가적 제재 가능성도 시사했다. 하지만, 비록 경제 보복을 시사하는 내용임에도, 한국 정부에 ‘사드 배치 철회’를 일관되게 요구하고 있는 중국에서 실제로 철회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부정적 관측을 내놓은 것은 드문 일이어서 눈길을 끈다. 한-미 정부가 사드 배치와 관련한 절차를 순차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중국 정부는 ‘배치 철회’의 실제 가능성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고 있다.
이 사설에는 “중국에 상대하는 미국의 미사일방어(MD) 체계 배치를 돕는 일인데, 무슨 친구란 말인가. 대다수 중국인은 이로부터 한국을 미국을 도와 중국 국가이익에 손해를 주는 원흉으로 여길 것”이라는 거친 경고도 있었다. “중국은 ‘우호적인 교류 외에 한국에 바랄 것도 없다”며 “한국에 우수한 선진 기술이나, 중국에 긴요한 자원이 있는 것도 아니다”고 한국을 깎아내리기도 했다. 한류 붐에 대해서도 “사드와 엮이면서부터 많은 중국인이 한류의 맛이 변했다거나 보잘 것 없다고 이야기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18일 오후 광화문 광장에서 사드 배치 반대 결의대회가 열린 가운데, 한 참가자가 배치 결정 철회를 요구하는 그림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사드 부지로 지정된 ‘성주골프장’을 소유한 롯데상사는 지난 3일 이사회를 열어 사드 부지 제공 방안을 논의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사안의 민감성 등이 고려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일부 매체들은 롯데 안팎의 소식통을 인용해 결국엔 사드 부지 제공이 이뤄질 것이란 보도를 내놓고 있다. 이런 시점에 <환구시보>가 사실상 불매운동을 시사한 것은 의미가 있어보인다. 최근 객실에 극우 성향의 책을 비치했다가 <환구시보> 보도를 필두로 논란이 된 뒤 삿포로 겨울아시안게임 한국·중국 대표선수단이 묵지 않기로 결정하는 등 거센 항의를 받고 있는 일본 아파(APA)호텔 사례에서 보듯, 이 신문이 중국의 ‘국익’을 이유로 다른 나라에 대한 제재의 선봉에 서는 일이 종종 있기 때문이다.
베이징/김외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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