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오젠화 중국 밍톈(투머로우) 그룹 창업자가 27일 홍콩에서 사라진 뒤 행방이 묘연해졌다. 사진은 지난해 4월 홍콩중문대에서 열린 포럼에 참석한 샤오젠화. 홍콩중문대 누리집 갈무리
홍콩에 거주하던 중국의 금융재벌 샤오젠화(46) 밍톈(투모로) 그룹 창업자가 갑자기 행방이 묘연해져 갖은 의혹이 일고 있다. 1년여 전 중국공산당에 비판적 내용의 책을 판매하던 서점 관계자들이 갑작스레 소식이 끊긴 뒤 중국에서 조사를 받았던 것과 유사한 전개다. 중국 당국이 그를 연행해갔다는 의혹이 제기되지만, 배경은 불투명하다.
홍콩 및 서방 매체들의 보도를 종합하면, 샤오젠화는 지난 27일 새벽 1시께 그동안 거주했던 홍콩 포시즌스 호텔식 아파트를 떠난 뒤 소식이 끊겼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사정을 잘 아는 소식통을 인용해 샤오와 동행한 신원 불명의 사람들이 5~6명의 중국 공안 요원들이었다고 전했다. 호텔 쪽이 홍콩 경찰에 넘긴 관련 폐회로(CC)텔레비전 영상엔 이들뿐 아니라 샤오의 경호원들 모습도 담겼지만, 양쪽의 충돌이나 대치 상황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샤오는 이날 새벽 3시께 홍콩과 접한 중국 선전으로 건너갔다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가 보도했다. 나중엔 가족에게 전화를 걸어와, 중국 공안에 잡혀왔으나 자신은 무사하다면서 경찰 신고 철회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샤오의 가족은 28일 경찰에 도움을 요청했다가 29일 이를 취소했다.
최근까지 왕성한 활동을 해온 샤오가 춘절(설) 전날 갑작스레 중국으로 연행된 이유와 배경은 명확하지 않다. 그는 ‘밍톈그룹 전략위원회 주석’의 직함으로 마윈 알리바바 회장, 쉬자인 헝다그룹 회장 등 중국 유수의 기업인들과 ‘아시아 클럽’이란 모임에서 활동해왔다고 홍콩 <명보>가 전했다. 지난해 연말 관련 행사에 참여한 사진도 공개됐다. 중국 부자들 관련 통계를 집계·발표하는 ‘후룬’은 샤오가 지난해 400억위안(약 6조7000억원) 규모의 재산으로 32위를 기록했다고 전했다. 샤오가 창업한 밍톈그룹은 베이징에 근거를 두고 있으며, 많은 은행, 보험사, 부동산기업 등의 지분을 가지고 영향력을 행사하는 기업이다.
샤오는 수많은 ‘유력 인사’들을 뒷배로 삼아온 것으로도 유명하다. 1971년생으로 1986년(15살)에 베이징대 법학과에 입학한 수재로, 그는 천안문 사건(1989년) 때 학생회 주석(회장)이었지만 학교 밖 시위에 반대하면서 운동 주도세력과 갈라섰다. 그 뒤 학교 주변에서 개인용컴퓨터(PC)를 판매하다가 창업을 했으며, 이때 학교의 지원을 일부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2014년 <뉴욕타임스>는 샤오가 이때부터 사업을 성장시키며 형성한 재부에 중국공산당 고위급의 협력이 작용했다고 보도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권력에 기대어 ‘떡고물’을 챙기며 성장하는 기업인은 단 1명의 유력자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지만, 샤오는 수많은 유력 가족을 대신해 일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시진핑 주석 시기 벌어진 ‘반부패 캠페인’ 탓에 많은 중국 기업인들이 샤오와 마찬가지로 홍콩에 ‘피신’했다는 점에서, 부패 연관성에 대한 관측도 제기된다. 2014년 그는 시진핑 주석 큰 누나 치차오차오와 매형 덩자구이 부부의 재산 증식을 도운 것으로 지목된 적이 있다. 당시 반부패 조사 가능성을 피해 홍콩에 왔다는 의혹이 제기됐지만, 샤오 본인이 부인한 일도 있었다. 시 주석과의 연관성 탓에 일각에선 권력 다툼 가능성을 점치기도 한다. 지난 30일 미국에 서버를 둔 중화권 매체 <보원>은 그가 중국공산당 지도부에 반대 의견을 밝힌 것과 관련해 연행됐다고 전했다.
홍콩 <명보>가 1일 이례적인 1면 전면광고를 통해 샤오젠화 밍톈(투머러우) 그룹 창업자 개인 명의의 성명을 실었다.
1일치 홍콩 <명보> 1면에는 샤오 명의의 전면광고가 실려 “현재 국외에서 치료받고 있으며, 치료 뒤 언론을 만나겠다”며 “내지(중국)에 납치된 상황은 없다”는 소식을 전했다. 또 “본인은 중국 정부가 문명·법치의 정부라고 생각한다. (나는) 어떤 반대 세력·조직을 지지한 적이 없다”며 “캐나다 공민이자 홍콩 영주권자로서, 캐나다의 영사 보호와 홍콩법의 보호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샤오가 이날 보유하고 있다고 밝힌 ‘외교관 여권’의 발급국은, 그가 업무를 대리해온 카리브해의 소국 앤티가바부다로 전해지고 있다.
홍콩 내에서는 이번 사건을 두고 중국 공안이 사실상 홍콩에서 사법권을 집행한 ‘일국양제 위반’이라며 우려하는 시각이 많다. 2015년 말 관련 인사 5명이 중국에 끌려갔던 코즈웨이베이서점 사건을 떠올리는 이들도 많다. 이들 가운데 아직 돌아오지 못한 구이민하이의 딸은 <명보> 인터뷰에서, “홍콩에서 이런 사건이 일종의 추세가 될까봐 매우 우려스럽다”며 “더 많은 자료가 있다면 몰라도, 그렇지 않다면 당사자가 전화로 ‘무사하다’고 한 것은 그 진의를 반영한다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베이징/김외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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