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월10일 중국 타이위안철강그룹이 5년여의 연구·개발 끝에 지난해 9월부터 볼펜촉용 스테인리스 강선 합금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사진은 발표 당일 촬영됐다. 신화통신
약 20일 전 ‘볼펜촉 국산화’를 성대하게 자축했던 중국의 본모습은 국가 주도의 ‘세계 볼펜 독점’을 추진하는 것으로 평가된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30일 보도했다.
지난 10일 볼펜촉 개발에 성공해 주목받은 국유기업 타이위안철강그룹이 중국 관련기구의 표준 인증을 받았으며, 관련업계는 이것이 국가가 지원하는 독점의 전조로 보고있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중국 최대의 펜 제조업체로 볼펜촉 개발에 참여했던 베이파그룹은 이미 타이위안에 초도 주문을 넣었다. 이 업체는 2년 안에 수입을 중단하고 생산 전량의 볼펜촉을 중국산으로 갈아치울 계획이다. 매년 380억개의 볼펜을 생산하면서 전세계 수요의 80%를 맡고있는 중국이 모든 공급선을 ‘국산’으로 바꾼다면, 사실상 중국의 ‘볼펜 독점’도 가능해진다.
‘공급선 전량 국산 전환’이 당장 중국에 큰 경제적 이익을 가져다주는 것은 아님에도, 중국은 이 같은 계획을 밀어붙일 전망이다. 그동안 볼펜촉을 수출했던 일본 기업은 중국이 새로 개발한 제품 공급가에 맞춰 가격을 낮추겠다고 이미 제안했다. 그러나 연간 1750만달러(약 204억원)어치 볼펜촉을 수입하는 중국은 이번 개발 성공으로 톤(t)당 1만3000달러(약 1513만원)를 아낄 수 있게 됐다면서, 전량 국산화 목표를 추진중이다.
이와 관련해, “시진핑 주석이 밖에서는 세계화를 수호하고 있지만, 정작 그의 민족주의적 정책은 국유기업을 선호한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평가했다. 시 주석의 최근 세계경제포럼(다보스포럼) 연설 등 중국이 최근 부쩍 세계화와 자유무역을 강조하지만, 정작 국내에선 외국 기업에 대한 시장 개방을 꺼릴 뿐 아니라 오히려 문을 닫고 있다는 것이다. 볼펜촉 개발만 해도, 애초에 개발 자체가 2011년 중국 정부가 ‘볼펜 생산 기술의 본토화’를 요구하면서 시작됐다. 중국 과학기술부는 870만달러(약 101억원) 규모의 연구개발비를 지원하기도 했다. 중국 매체들은 개발 성공 소식에 “일본·독일의 독점을 깨뜨렸다”고 환호했다.
볼펜촉 국산화는 2025년까지 핵심 소재·부품의 70%를 중국산으로 채우겠다는 ‘중국제조 2025’의 한 풍경이기도 하다. 베이파그룹 대변인은 언론 인터뷰에서 “국내 산업을 위해 핵심 기술에서 돌파구를 마련하는 것은 의미가 있는 일이다. 전쟁이라도 나면 어쩔 건가”라고 말했다.
베이징/김외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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