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는 세계경제포럼 참석차 스위스를 방문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5일 베른에서 스위스 연방 의원들과 만나 인사하고 있다. 베른/신화 연합뉴스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는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에 중국 정상으로는 처음 참석한 시진핑 국가주석이 ‘미국의 빈자리’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대신하게 될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16일 시 주석의 다보스포럼 참석이 “뜻밖의 기회가 됐다”고 평가하면서, 그의 기조연설은 “국제무대에 몇 남지 않은 책임있는 어른으로서 자신의 위치를 높여줄 것”이라고 분석했다.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와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 등은 자유무역 중심의 국제사회와 기후변화에 대한 공동대응 등 기존의 세계 질서를 부정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지면서 다소 엉뚱하게도 이젠 중국이 기존 질서의 수호자로 떠오르는 형국이 됐기 때문이다.
스위스에 도착한 시 주석은 15일 “세계경제 회복을 증진하는 데 긍정적인 공헌을 하길 원한다”며 “인류 공동 운명체와 세계평화 및 안전의 도모를 위해 관련 당사국과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 주석은 앞서 지난 13일 스위스 일간지 <노이에 취르허 차이퉁> 기고문에서 “우리는 경제 글로벌화에 대한 반감과 포퓰리즘, 무역보호주의가 늘면서 세계경제 번영이 불안한 시대를 맞고 있다”며 이에 대해 중국이 적극적인 역할을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런 흐름에서, 17일 예정된 시 주석의 기조연설은 “개방은 진보를 불러오며, 봉쇄는 낙후로 이어진다”고 했던 지난해 항저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기조연설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쉬진 중국사회과학원 국제정치이론연구실 부주임은 시 주석의 참석이 “전세계 관리방식(거버넌스)에 참여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며 “세계화로 가장 많은 이익을 본 중국에도 기회”라고 말했다. 선딩리 푸단대 교수는 “미국은 지고 중국은 뜨고 있다. 중국은 국제 체제를 지킬 것이고, 트럼프의 미국은 반대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시 주석은 15일 도리스 로이트하르트 스위스 연방 대통령과 국빈 만찬을 했으며, 17일 다보스포럼에 참석한 뒤, 18일에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등을 방문할 예정이다.
한편, 시 주석이 15일 방문한 베른에선 중국의 티베트 지배에 반대하는 시위가 열리기도 했다. 티베트 추방 인사와 스위스 내 티베트 독립 지지자 400여명은 이날 오전 의사당 앞에서 “티베트 자유”라는 펼침막을 들고 시위를 했다. 시위 도중 한 남성이 휘발성 액체를 몸에 끼얹고 불을 붙이려다 경찰에 제지당하기도 했다.
베이징/김외현 특파원
oscar@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