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부산 동구 초량동 일본영사관 앞에 있는 평화의 소녀상 주변에 시민이 두고 간 꽃다발 등이 쌓여 있다. 한일 위안부 합의를 비판하는 글과 태극기도 보인다. 부산/연합뉴스
부산 일본총영사관 앞 소녀상을 둘러싼 한-일의 논란과 관련해, 중국 관영매체가 10일 “피상적 화해의 취약함을 드러냈다”고 평가했다.
관영 <차이나데일리>는 이날 사설에서 2015년 12월 한-일 위안부 합의와 관련해, “일-한 사이에 이뤄진 합의는 정의가 아닌 정치적 편의의 결과로 나온 것으로, 미국의 동맹인 두 나라가 워싱턴에 떠밀려 중국을 공동으로 견제하기 위한 관계 개선을 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사설은 “그저 피상적인 화해였을 뿐이며, 협상 테이블에 생존 피해자는 참석하지 못했다. 이는 합의가 그들에게 도쿄(일본)가 법적 책임을 인정하도록 하는 데 실패한 채 고작 10억엔으로 피해자 지원을 위한 재단을 설립한 배경”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사설은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올해 첫 공식일정으로 일본 보수층이 신성시하는 이세신궁을 참배한 뒤 ‘미래에 대한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언급한 데 대해, “(역사적 책임을) 부인하는 것 대신에, 과거에 일어난 일을 전적으로 받아들여 미래에 책임을 다야 한다”고 요구했다.
앞서 루캉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9일 정례브리핑에서 이 문제를 언급하며, “우리는 이 문제에서 역사의 페이지가 넘어가지 않는지 일본 쪽이 정말로 깊이 반성할 필요가 있다”며 “일본은 역사를 반성할 때, 관건이 되는 문제에서는 시종 얼버무린다”고 지적했다. 루 대변인은 아베 총리의 최근 진주만 방문을 언급하며, “일본 지도자들은 만리를 마다않고 진주만에 가서 소위 위령활동이란 걸 한 뒤, 동시에 2차대전 때 가장 깊이 피해를 주고 막대한 상처를 준 아시아 이웃들에게 도리어 냉담함을 보인다”면서, “특히 일본의 정계 요인들은 진주만에서 돌아오자마자 바로 A급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에 가서 이른바 참배 활동을 했다”며 이나다 도모미 방위상을 비판했다.
루 대변인은 또 “일본 지도자들은 역사 반성에서 어려운 것을 피해 쉬운 것만 하고, 가까운 것을 피해 먼 것만 하고, 실제는 피하고 겉모습만 하는 태도인데, 이런 표현은 일본의 성의, 성심, 성실을 느끼기 힘들게 한다”고 지적했다.
베이징/김외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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