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부인 멜라니아와 함께 새해를 하루 앞둔 31일 새해맞이 파티가 열리는 플로리다주 팜비치의 자신 소유 호화리조트 ‘마라라고’에 도착하며 환하게 웃고 있다. 팜비치/AFP 연합뉴스
지난달 첫 월요일이었던 5일 루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27분30초 동안 질문 25개를 받았는데, 그중 16개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주말 사이 트위터에 공개한 차이잉원 대만 총통과의 통화 얘기였다. 두번째 월요일인 12일에는 20분 동안 질문 15개 가운데 7개가 주말에 <폭스뉴스>와 인터뷰한 트럼프 당선자와 관련된 것이었다. 세번째 월요일인 19일에는 32분30초 동안 질문 23개 중 14개가 트럼프 당선자가 주말에 트위터에서 ‘중국이 훔쳐갔다’고 주장한 수중 드론에 집중됐다.
성탄절 다음날 16분에 그쳤던 마지막 월요일 브리핑을 빼면, 주말이 지난 매주 월요일 트럼프 당선자가 중국의 대외관계를 휘저으며 긴장을 고조시킨 셈이다. 새해 첫 브리핑인 3일 브리핑도 그의 “두고 보자”는 한마디 탓에 ‘긴장’이 예상된다.
트럼프는 12월31일 본인 소유의 리조트에서 개최한 새해맞이 파티에서 일부 기자들로부터 질문을 받았다. 그는 오는 7일부터 중미 순방길에 미국을 경유하는 차이잉원 대만 총통을 만날 것이냐는 질문에, “1월20일(취임) 전까지는 아무도 안 만날 것이다. 다소 부적절하기 때문이다, 외교 의전상”이라고 답했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취임 뒤 차이 총통이 또 미국에 오면 만날 것이냐고 묻자, 그는 “두고 보자”(we’ll see)라는 말을 두 차례 되풀이하며 여지를 남겼다.
트럼프가 취임 뒤 미국 대통령 신분으로 대만 총통을 실제로 만나면, 중국으로부터 유례없는 반발을 살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내세워 대만 정부를 인정하지 않고 있으며, 최근 중국 군부가 예민해져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1995년 리덩후이 당시 대만 총통의 미국 방문 때는 중국이 대만 쪽으로 미사일을 쏘아대 대만해협 위기가 일어났다. 중국은 지난달 초 트럼프가 미 대통령 당선자로는 처음으로 대만 총통과 통화를 하자, 유감을 표시하면서도 “우리가 중시하는 것은 정부의 말과 정책”이라며 취임 뒤의 변화에 기대를 보였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새해를 하루 앞둔 31일 베이징에서 방송을 통해 2017년도 신년사를 발표하고 있다. 시진핑은 이날 신년사에서 “우리는 평화발전을 견지하면서도 영토 주권과 해양권익을 결연히 수호할 것”이라며 강력한 영유권 수호 의지를 밝혔다. 베이징/AP 연합뉴스
대만 총통부는 차이 총통이 트럼프를 만날 가능성도, 트럼프 인수위를 접촉할 가능성도 부인하고 있다. 하지만 홍콩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는 대만이 인수위와의 비밀접촉을 통해 예측불가능한 트럼프 행정부의 대만 정책을 가늠하려 들 것으로 내다봤다. 대만 <자유시보>는 트럼프-차이 통화 이후 미국에서 대만 문제가 격론에 휩싸였다며, “트럼프가 외교에서 사람들을 또 놀라게 할 행동을 할지는 알 수 없다”고 전했다.
베이징/김외현 특파원
oscar@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