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서울 용산구 신라아이파크면세점에 중국아오란그룹의 임직원들로 구성된 관광객들이 쇼핑을 즐기고 있다. 연합뉴스
중국 당국이 내년 1~2월 한국행 부정기편(전세기)을 허락하지 않으면서 춘절(설) 연휴 기간 한국을 방문하는 ‘유커’(중국인 관광객) 규모에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30일 베이징 여행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중국 민항국은 최근 한국 항공사 3곳이 신청한 8개 노선의 1~2월 부정기편 운항을 전면 불허했다. 정부 간 협정에 의해 결정되는 정기편과는 달리, 부정기편은 여행업체가 항공사를 통해 전세기를 확정지은 뒤 양쪽 정부의 관련 당국으로부터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번에 불허된 항공편은 제주항공 6개노선, 아시아나항공과 진에어가 각각 1개 노선이었다.
민항국은 전세기를 신청한 여행업체들에게 불허 이유를 설명하면서,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 방지 차원의 조처라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부정기편 불허는 전례가 없었던 만큼, 실질적으로는 중국이 반대하고 있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한국 배치에 대한 보복성 조처로 보는 분위기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조류인플루엔자 때는 항공편 조정이 없었고, 지난해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때는 여행객 수가 줄어서 항공사들이 자발적으로 줄였다”며 “조류인플루엔자는 표면적 구실이고, 다른 의도가 있는 게 분명하다”고 말했다.
사드 배치 결정 뒤 중국이 정치적 배경에서 한국 여행을 제재한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 10월엔 중앙정부가 단체관광 근절 방침을 내리자, 지방정부에서는 단체여행 인원 수를 20% 줄이라는 세부 지침이 등장하기도 했다. 한국만을 겨냥했다고 볼 수는 없는 조처였지만 영향은 불가피했다. 화장품·면세점·여행사 주가가 폭락하면서, 사드 배치가 배경이 아니겠느냐는 관측이 줄을 이었다.
여행객 제한은 중국이 정치적 목적에서 ‘전가의 보도’처럼 빼드는 수단이라는 시각도 있다. 영토분쟁중인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를 2012년 국유화시킨 뒤의 일본이나, 2014년 중국에 반발한 ‘우산시위’ 뒤의 홍콩, 그리고 올해 독립 성향으로 분류되는 민진당 출신의 차이잉원 총통 당선 뒤 대만 등은 모두 중국 여행객 감소를 겪었다. 대만 <중국시보>는 30일 이달 대만을 방문한 중국인 관광객이 44% 줄었으며, 특히 그중에서도 단체관광객은 반토막(50.4%)이 났다고 보도했다.
한국 여행이 타깃이 되는 조처가 이어지면서 우려되는 것은 한국 관광의 이미지 악화와 그에 따른 여행객 감소다. 특히 이번엔 중국 최대 명절인 춘절 연휴(1월말~2월초) 성수기를 앞둔 시점이어서 당장의 영향이 있을 수 있다. 최근 중국 최대 온라인여행사 씨트립 보고서는 춘절 연휴 기간 국외여행 인기도시 순위에서 지난해 3위였던 서울이 7위로 내려앉았다고 전했다.
베이징/김외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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