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랭한 양안…대만 ‘고립 탈출’, 중국 ‘대만 고립’
차이잉원 정부, ‘연미우일’로 고립 돌파 시도
중국 물밑 외교공세…“중미 추가 단교 가능”
차이잉원 정부, ‘연미우일’로 고립 돌파 시도
중국 물밑 외교공세…“중미 추가 단교 가능”
대만에서 지난 5월 차이잉원 정부가 출범한 뒤 양안(중국-대만)이 줄곧 냉랭한 관계를 이어온 가운데, 중국은 대만의 외교를 단절시켜 고립시키고 대만은 중국과 대립하는 미·일을 통해 탈출을 모색하는 ‘외교 전쟁’이 복잡한 수싸움으로 전개되고 있다.
30일 대만 <중국시보>에 실린 한 칼럼은 “차이잉원 총통의 외교 이념은 ‘연미우일’(미국과 연계되고 일본과 친구가 되다)의 노선에서 중국에 항거할 기회를 찾는 것인데, 외교 모략의 위험도 생각한 것인가?”라며 “일본은 단지 전략적 이익을 위해 대만의 외교 결함을 적나라하게 드러내 대만을 절벽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대만에서 사실상 일본 대사관 구실을 해온 ‘교류협회’가 내년부터 ‘일본-대만 교류협회’라는 새 이름을 쓰기로 결정한 데 대한 내용으로, 이는 중국을 자극해 대만의 국익을 오히려 해칠 것이라는 우려다.
중국이 극도로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을 알면서도 ‘대만’이란 이름을 공식 호칭에 넣은 것은, 차이 총통이 속한 민진당이 중국으로부터 분리 독립을 추구해온 것과 부합한다. 중국은 ‘하나의 중국’ 원칙에 대한 훼손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중국 입장에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에 이어 일본까지 ‘하나의 중국’ 원칙을 부정하는 꼴이 돼, 양안 갈등이 중국 대 미국·일본 형태로 고조되는 형국이다.
이 과정에서 최근 대만의 ‘고립 탈출’과 중국의 ‘대만 고립’ 시도가 전방위적 외교전으로 펼쳐지고 있다. 차이 총통은 1월 미국을 경유하는 중앙아메리카 순방을 계획하고 있다. 이중수교를 인정않는 중국의 압박 속에서도 대만이 나름의 독자외교를 하고 있음을 강조하려는 것이다. 하지만 중국의 물밑 공세가 상당하다. 중국 <환구시보>는 30일 대만 언론을 인용해 차이 총통이 방문할 예정인 나라들 가운데 온두라스와 니카라과 등 2개국이 대만과의 단교를 선언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중국은 지난 26일 서아프리카의 작은 섬나라로 엿새 전 대만과 단교했던 상투메프린시페와 공식 외교관계를 다시 맺은데 이어, 유럽의 유일한 대만 수교국인 바티칸과의 수교도 본격 궤도에 올려 대만을 압박하고 있다. 최근(16~21일) 대만을 방문한 키르기스스탄 국회 부의장은 귀국 뒤 “중국과의 우호적 관계에 영향을 끼치는 것을 막기 위해”라며 사임했다고 <환구시보>가 30일 보도했다. 중국은 키르기스스탄의 최대 투자국이자 최대 차관을 지원한 국가다.
베이징/김외현 특파원 oscar@hani.co.kr
중국을 방문한 서부 아프리카의 섬나라 상투메 프린시페의 우르비노 보텔로 외교장관(왼쪽)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26일 베이징 댜오위타이 국빈관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마친 뒤 악수하고 있다. 이날 중국은 대만과 단교한 상투메 프린시페와 19년 만에 외교관계를 공식 복원했다. 베이징/AP 연합뉴스
왕쭤안 중국 국가종교국 국장은 27일부터 베이징에서 열리는 제9차 중국 천주교 대표대회에서, 중국은 바티칸과 관련 원칙에 근거해 건설적 대화를 할 용의가 있으며 차이점을 없애고 공통인식을 확대하며 관계개선을 희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왕 국장은 관련원칙에 대해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중국 국가종교국과 외교부는 바티칸이 대만과 외교관계를 단절해야하고 ‘하나의 중국’ 원칙을 인정해야하며, 바티칸이 중국 내정에 간섭해서는 안된다고 요구해왔다. 사진은 28일 베이징에서 두 사람이 난탕 천주교회당 정문 틈으로 안을 들여다 보는 모습. 베이징/AP 연합뉴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