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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국

베이징 중심가 30평형 아파트 21억원

등록 2016-12-29 17:45수정 2016-12-30 00:31

1년새 50% 폭등 예삿일
주택값 폭등으로 반지하 주택도 폭등
전혀 모르는 사람과 ‘동거’도 일반화
중국 당국, 부동산 경기조절 가능 의문
“지난 1년 동안 매매가가 전체적으로 40% 가량 올랐습니다. 임대료는 그 정도는 아니지만요.”

‘백화점 거리’로 유명한 베이징 시단 인근의 부동산 중개업소 직원 정수루이는 29일 주변 지역 부동산 동향에 대한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그가 예시로 든 단지는 올해 초 ㎡당 8만위안(1390만원)에서 현재 12만위안(2080만원)으로 1년도 안돼 50% 올랐다. 중국 아파트는 공용면적이 많아 실제 넓이는 한국보다 작다는 것을 감안하면, 한국 기준 100㎡형(30평형) 아파트 거래 가격이 21억원이 넘는 셈이다.

국제무역센터를 중심으로 한 경제 중심지 궈마오 지역의 부동산 업자가 보여준 시세표에도 1년새 매매가가 50% 가까이 오른 단지가 수두룩했다. 베이징대·칭화대·런민대 등과 가까운 대학가 우다오커우의 부동산 업소도 1년 간 20~30%가 올랐다고 했다. 한국인 밀집 지역이자 최근 정보기술 중심으로 부상하는 왕징도 오름세가 뚜렷했다. 현지 부동산 업자는 “왕징에서 그래도 저렴한 편인 시위안싼취의 161㎡형 아파트가 지난해 9월 700만위안(12억원) 선에서 거래됐는데, 지금은 930만위안(17억원)까지 올랐다”고 말했다.

폭등세가 이어지면서 베이징 시민들의 주거 형태는 열악해지고 있다. 과거 농민공(농촌 출신 노동자)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반지하 주택시장도 최근엔 중간소득 계층으로 확산하고 있다. 특히, 명문 중고등학교가 많이 위치한 둥청구·시청구에선 학군 조정이나 집값 추가 상승 이전에 빨리 입주해야 한다는 인식이 퍼져 반지하 주택 가격까지 들썩이고 있다. 사람들이 몰린 탓에 올들어 베이징의 반지하 매매가가 20% 올랐다는 보도도 나왔다.

젊은층을 중심으로 한 ‘동거’는 보편적 주거 방식이 됐지만, 형편이 점점 나빠지고 있다. 천안문 동쪽 10㎞ 거리인 스리바오에서 60㎡ 넓이의 아파트에 친구와 사는 회사원 차오징주(26)는 “둘이 함께 살면서 각각 2500위안(43만원), 2100위안(36만원)씩 내고 있다. 내가 큰 방을 쓴다”고 말했다. 최근 발표된 ‘중국 대학생 취업·창업 발전 보고’에서 대졸 신입사원 평균 월급이 3869위안(67만원)인데 비추면, 월급의 절반 이상을 방값으로 ▶쓰는 이들도 있을 법하다.◀ 차오는 “요즘은 잘 모르는 사람들끼리도 같이 사는 경우가 많아졌다”며 “그런 곳은 주방과 화장실은 함께 쓰지만 방은 각자 자물쇠를 달아놓는다. 거실까지 벽을 세워 방으로 만들기도 한다”고 말했다. 천안문 북쪽 20㎞ 후이룽관에 사는 또다른 회사원 자오원하오는 “친구가 1700위안(29만원), 내가 1500위안(26만원)을 내고 40㎡ 아파트에 산다”며 “출퇴근 때마다 1시간반 가량 지하철을 타는데, 이 정도 거리는 요즘 회사원들에게는 평범한 편”이라고 말했다. 베이징 동쪽 퉁저우(25㎞)나 옌자오(35㎞) 등 ‘베드타운’은 꾸준히 거리를 늘리며 확대되고 있다.

베이징 시내 공인(노동자)운동장을 중심으로 주변의 사무용·주거용 건물들이 서있다. 부동산 거래 서비스 '안쥐커' 자료를 보면, 시내 중심에서 멀지 않은 공인운동장 주변 집 가격은 올들어 50.6% 오른 것으로 나타난다. 베이징/AFP 연합뉴스
베이징 시내 공인(노동자)운동장을 중심으로 주변의 사무용·주거용 건물들이 서있다. 부동산 거래 서비스 '안쥐커' 자료를 보면, 시내 중심에서 멀지 않은 공인운동장 주변 집 가격은 올들어 50.6% 오른 것으로 나타난다. 베이징/AFP 연합뉴스
최근 중국 부동산 폭등세는 ▶정부가 한편으로는◀ 부동산 규제를 완화하고, 다른 한편에선 통화정책도 완화하면서 주택구매 대출이 급증한 데 따른 결과란 분석이 대체적이다. 경기침체를 부동산 경기가 떠받치는 형국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거품 우려가 생기면서 지난 10월 국경절 연휴 무렵부터는 22개 시 정부가 구매·대출 제한 조처를 발표했다. ▶그 덕분인지, 짧은 시간에 너무 많이 오른 탓인지, 실제로 11월 이후◀ 급등세는 완화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내년 중국 정부의 경제정책 향배를 논의한 뒤 지난 16일 폐막한 중앙경제공작회의는 “집은 주거용이지, 투기용이 아니다”라며 부동산 거품 해소 의지를 다짐했다. 하지만, 실물 경제의 하강 국면에서 부동산 경기를 적절히 다룰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도 여전하다. 글로벌 부동산 기업인 나이트프랭크 자료를 보면, 지난 3분기 전세계에서 부동산 가격 상승률이 가장 높았던 10대 도시 가운데 난징(42.9%), 상하이(40%), 선전(35%), 베이징(30%) 등 8곳이 중국 도시들이었다.

베이징/김외현 특파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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