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중국 항공모함이 태평양까지 나와 해상 훈련을 실시하고, 일본 해상자위대가 이를 포착해 ‘주시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히는 등 중국과 미·일 사이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의 자극성 움직임에 대한 중국의 대응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량양 중국 해군 대변인은 24일 중국의 첫 항공모함인 랴오닝호 함대가 같은 날 ‘원양 훈련’을 위해 서태평양을 향했다고 밝혔다. 발표 다음날인 25일 오전 일본 쪽에서도 해상자위대 호위함이 전날 오후 4시께 랴오닝호와 군함 7척이 함대를 이뤄 동중국해 해상에서 동쪽으로 항해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방위성이 밝혔다. 일본 해상자위대는 랴오닝호가 일본 근해를 통과해 서태평양으로 나아갈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랴오닝호 항모 전단이 일본 규슈-오키나와-대만-필리핀을 잇는 이른바 ‘제1열도선’을 넘어 태평양을 항행하는 것은 처음이다. 중국의 전통적 방위선인 제1열도선은 황해(서해)·동중국해·남중국해 방어를 위해 이 지역에 미군 기지·전투기·항공모함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수동적’ 목표를 담고 있다. 그러나 미·일의 입장에선 ‘대중국 봉쇄선’ 개념으로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2013년 중국 군용기가 처음 제1열도선을 넘어 공해상을 비행한 이래 중국 공군이 7차례 ‘원양 훈련’을 실시한데 이어 항모 전단도 ‘돌파’ 훈련에 나서면서, 중국의 해양 진출 확대 움직임이 본격화한다는 시각이 대두된다. 량 대변인은 이번 훈련이 연례 훈련 계획에 의거해 실시됐다고만 밝혔다.

특히 이번 항모 훈련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의 ‘대만 발언’과 남중국해 수중드론 논란에 뒤이은 것이어서 미국을 향한 중국의 무력시위 성격이라는 풀이도 나온다. <교도통신>은 “트럼프 차기 정권을 견제하는 목표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달 초 트럼프 당선자와 차이잉원 총통이 전화통화를 한 이후, 중국 공군은 훙-6 폭격기 1대가 남중국해에서 중국이 영유권을 주장하는 경계인 구단선을 따라 비행했다는 보도가 나온 바 있다. 중국 해군은 지난 16일 보하이(발해) 지역에서 랴오닝함을 동원한 실탄훈련을 실시했다고 밝혔으며, 23일에는 해군사령원(사령관) 지도 아래 랴오닝함 편대의 훈련 사실을 공개하기도 했다.

베이징/김외현 특파원 oscar@hani.co.kr